[노트펫] 떠돌이 생활의 흔적을 지운 녀석을 보는 순간 운명처럼 느껴졌다.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경기도우미견나눔센터와 경기반려동물입양센터에서 2000번째 입양견이 탄생했다.
4살 정도된 수컷 말티즈가 지난 늦여름 경기도우미견나눔센터에 왔다. 이천에서 구조돼 동물보호소에서 보호를 받다가 공고 기간이 지나 새가족을 찾기 위해서였다.
나눔센터에 왔을 당시 이 녀석은 눈곱과 먼지로 털이 뒤엉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고, 비쩍 말라 떠돌이 생활을 꽤 오래 한 것으로 보였다. 건강검진 결과, 호흡기 증상이 있었으나 다행히 생명에 지장을 주는 질병은 발견되지 않았다.
리카라는 이름을 받은 녀석 우선 떠돌이 생활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시급했다. 나눔센터 미용 담당자의 손을 통해 보이지 않던 리카의 귀여운 외모가 드러났다. 정돈된 흰털과 까만콩 3개. 까만콩은 초롱초롱했다. 그렇게 떠돌이 개의 흔적은 말끔히 사라졌다.
이어 사회화훈련이 진행됐다. 도우미견나눔센터는 건강 관리는 새가족을 만나 가족과 반려견 모두 행복할 수 있도록 사회화훈련을 필수코스로 진행하고 있다. 덕분에 입양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리카는 소심하고 얌전하며 조용한 성격으로 훈련 집중도가 낮아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랐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진행된 훈련을 따라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진행된 입양 신청 공고.
리카의 확바뀐 모습에 공고는 큰 호응을 얻었다. 신청자가 많아 담당 훈련사는 리카에 가장 적합한 가족을 찾기 위해 신청서를 꼼꼼히 검토하고, 전화 및 상담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입양자가 결정된 이후 경기도우미견나눔센터 카페에서는 신청에서 떨어졌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리카의 새가족은 병으로 반려견을 잃은 경험이 있었다. 펫로스 증후군을 겪으며 반려견을 다시 키우고 싶지 않았지만, 리카의 입양 공고를 보고 운명처럼 느껴져 신청서를 보냈다고 했다. 담당 훈련사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 리카가 안정적으로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라 판단해 입양자로 선정했다.
리카는 새가족의 품에 안길 때까지 훈련을 계속했다. 새가족이 생긴 것을 아는지 더 활발해지고, 차차 목소리기도 내기 시작했다고 센터 측은 전했다. 한편 새가족 역시 한 번 병으로 보낸 반려견의 아픔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 센터에서 진행하는 반려동물 관련 교육도 신청하고, 정보를 찾아 공부하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마침내 리카는 새가족의 품에 안겼다. 리카는 '대봉'이라는 이름으로 새삶을 살게됐다. 새가족의 어른이 먼저 떠난 강아지의 이름과 연관지어 고심 끝에 지어준 이름이란다. 특히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라는 의미에서 살짝 촌스러운 대봉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는 후문이다.
김현철 도우미견나눔센터 도우미견나눔팀장은 "가족을 잃고 의기소침하던 리카가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서 활기를 되찾았다"며 "반려동물과 행복한 가족을 만들기 희망하시는 분들은 언제든지 센터로 방문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