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우리 애가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해서 시베리안 허스키를 사줬는데...'
페루에서 야생 안데스 여우를 시베리안 허스키로 알고 키우던 가족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자녀가 키우고 싶다고 해서 사주게 된 강아지. 새끼였던 녀석은 커가면서 강아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급기야 닭과 기니피그 등 가축을 잡아먹는 공포스러운 존재로 변해가면서 가족들은 멘붕에 빠졌다.
일견 해프닝이지만 야생동물 밀거래가 횡행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지난 8일 밤(현지 시각) 페루 수도 리마에서는 산림야생동물관리국을 포함해 여러 기관의 직원들로 구성된 포획팀이 안데스 여우를 마취총으로 생포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3일 소유자 가족과 이웃들이 당국에 포획을 호소하면서 여러 날 이 녀석을 추적한 끝에 붙잡을 수 있었다.
생포된 안데스 여우는 8개월쯤 된 녀석으로 소유자 가족은 지난 5월쯤 수도 리마의 한 거리에서 우리돈 1만5000원 정도를 주고 샀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자녀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었다.
판매자는 이 녀석이 시베리안 허스키 순종이라면서 팔았다. 가족은 이 녀석에게 자동차가 부릉부릉하는 소리를 표현하는 룬룬(Run Run)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반려견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룬룬은 처음엔 동네의 다른 개들과 잘 어울려 놓았고, 음식을 가리지도 않았고, 강아지처럼 짖었단다. 또 몸에서 냄새가 진하게 나긴 했지만 허스키 아니 최소한 강아지가 아닐 줄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뒤 번개가 요란하게 치던 날 놀란 이 녀석이 집을 나간 이후로 강아지가 맞나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동네 주변을 배회하면서 이웃의 닭과 거위, 기니피그를 잡으먹으려 들거나 잡아먹었다. 룬룬이 가축을 잡아먹었다며 물어달라고 이웃이 찾아오는 일도 생겼다.
이런 일이 잦아들기는 커녕 더 자주 발생하면서 어느새 룬룬은 동네에서 공포의 대상이 됐고 이달 초 룬룬이 다시 집을 나가자 당국에 잡아달라고 진정하기에 이르렀다. 생포 직전 주말에도 룬룬은 기니피그 15마리와 닭 6마리를 잡아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에서 야생동물 밀렵과 불법 거래가 만연한 가운데 룬룬 역시 새끼 시절 밀렵꾼에 붙잡혀 시장에서 팔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페루 산림야생동물관리국(SERFOR)은 룬룬의 포획 사실을 알리면서 "룬룬으로 알려진 안데스 여우는 자연에서 살다가 야생동물 밀매에 희생됐다"며 "야생동물 밀매는 법률에 의해 3년에서 5년의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