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일본 통신원] 키티! 몸무게는 사과 세 개, 키는 사과 다섯 개. 하얀 냥이의 모습을 한 깜찍한 캐릭터다. 원래 이름은 '키티 화이트'.
키티가 지난 1일 생일을 맞이했다. 1974년 11월1일 생으로 이제 41살이 됐다.
키티는 40년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세계 약 70 여개 나라에 팬을 거느리며 사랑을 받고 있는 초유명 캐릭터다.
여자라면 누구나 키티가 그려진 소품 한 번쯤 구매해 봤을 것같다. 다 커서도 키티를 끌어 안고 사는 이들도 많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카메론 디아즈 '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레이디 가가'등 세계적인 스타들도 키티의 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발매된 'Avril Lavigne(에이브릴 라빈) - Hello Kitty' 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이에 지난 1일 관련업체가 생일 이벤트를 벌이고, 매니아들은 따로 생일을 기념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은 이처럼 사랑받는 그녀지만 정작 태어날땐 주위의 기대조차 받지 못했던 그저그런 아이였다.
키티의 제작사 일본 '산리오'(sanrio)는 당시 동글동글 귀여운 개 캐릭터 '스누피'로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자신 만의 독자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야만 했다. 디즈니에서 언제 주문을 끊을 지 모르는 것도 새로운 캐릭터 개발에 나서게 했다.
산리오의 디자이너 시미즈 유우코(키티의 생일 11월1일은 시미즈의 생일이기도 하다)는 비닐 소재의 동전지갑에 그려 넣을 캐릭터 만들기에 고심하던 중 우연히 고양이를 떠올렸다.
스누피가 개니까 우린 고양이로 해볼까 라는 생각에 하얀 고양이 캐릭터 하나가 만들어 졌다고 한다. 조금 단순하고 밋밋해 보여 머리 한 쪽엔 빨간 리본 하나를 달아줬다.
키티는 처음엔 그저 '이름없는 흰고양이'였다. |
동전지갑에 처음 그려져 나와 서서히 인기는 끌었지만 처음엔 그저 '이름없는 흰고양이'였다. 이름도 태어난 이듬해인 1975년이 되어서야 받았다. 그것도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냥이, '키티'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일 뿐이었다.
어찌보면 대충 탄생한 것이다. 얼마나 인기가 없었던지 고양이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었다.
지금은 문구, 식품, 장식품, 버스, 전차 등 헤아리려면 끝도 없을 정도로 온 사방이 키티 얼굴로 장식돼 있다. 대충 태어난 아이가 대스타가 된 것이다. 1990년대 후반엔 자신의 소유 물건 전부를 키티 상품으로 채우고 지내는 '키티러'까지 등장했다.
그새 식구도 늘어 할아버지 안소니, 할머니 마가렛, 아빠 조지, 엄마 메리, 쌍둥이 동생 미미까지 대가족이 됐다. 다니엘이라는 이름의 남자친구도 생겼다.
1974년 11월1일 탄생한 키티. 이제 그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
키티가 일본이 경제대국이 되는 시대를 타고 나서 혹은 특유의 귀여움 만으로 지금처럼 대스타가 됐을까.
키티가 탄생한 때는 일본의 베이비부머인 단카이세대(団塊の 世代, 1947~1949년 사이 전후 베이비붐을 타고 태어난 세대)들이 첫 아이를 낳은 때였다. 전후 복구 과정에서 고생하며 산 자신들의 삶을 물려주지 않으려 애지중지 귀하게 아이들을 키워내고자 하는 열망이 엄청났던 세대다.
그들은 경제적 풍족을 주기 위해 바쁘게 살았지만 막상 아이들은 풍요 속의 외로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단카이 주니어'들의 방 한 켠에 친구가 되어 준 것이 바로 '키티'였다.
지금 일본의 40세 전후 여성들은 '키티'에게서 자신들이 어릴때도 그랬듯 표현할 수 없는 아련함을 느낀다고 한다.
키티의 무심한 듯한 표정은 좀 슬프게도 보인다. 웃고 있지도 않은 얼굴에 입도 없지만 마치 '다 이해하니 뭐든지 말해도 괜찮아~' 라고 속삭이며 외로운 소녀들 곁을 지켜준 존재처럼. 우리보다 먼저 이지메라는 이름으로 학교 왕따 문제를 겪었던 일본의 이들 세대에 치유의 캐릭터이기도 했다.
아직 키티는 무척 동안이지만 이젠 그들과 닮은 나이, 40살이 넘었다. 마냥 귀엽기만 한 흰 고양이 캐릭터 그녀가 꼭 다문 입을 하고 있는 까닭을 이제 좀 알 것같다. 키티는 꼭 다문 입속에 아주 많은 이야기와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이다.
키티,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