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편의점을 자기 집처럼 들락날락하던 길고양이의 새끼를 받아주고 육아까지 함께 하고 있는 편의점 사장님 가족이 따스한 정을 느끼게 하고 있다. 마스코트 대우를 제대로 해주고 있다.
경기도 평택에서 어머니와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예지 씨. 얼마 전부터 어미 길고양이와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를 돌보는 가욋일이 생겼다.
예지 씨는 집에 있는 반려묘의 사료를 덜어와 종종 편의점 근처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챙겨주곤 했다. 그러다 지난 7월 라봉이와 만나게 됐다.
예지 씨는 "처음엔 경계심이 좀 있었지만 제가 사료를 주면서 한번 쓰다듬어주니까 좋았는지 하루종일 편의점 주변을 맴돌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라봉이가 오기 전 이미 일 년 정도 편의점에서 인연을 맺은 치즈 고양이 '애용이'가 있었는데, 애용이가 중성화수술(TNR)을 받기 전 낳은 아이로 보였다. 실제 애용이와 라봉이는 종종 편의점에서 만나 사이좋게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고. 역시나 치즈인 라봉이가 애용이가 나란히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보면 잘 구분이 안간다.
그렇게 라봉이와 인연을 맺게 된 예지 씨. 라봉이는 편의점 주변을 떠나지 않았고 예지 씨는 편의점에 따로 라봉이의 보금자리도 마련해주게 됐다. 그리고 라봉이는 금세 손님들 사이에서 유명해져 편의점 마스코트가 됐다.
라봉이는 편의점을 집으로 삼고, 평소엔 동네 마실을 다니며 경로당, 식당 곳곳에서 애교를 부리며 간식을 얻어먹었다. 어느새 주변에서도 라봉이를 많이 알아볼 정도로 유명한 고양이가 됐다.
그러던 지난달 라봉이가 며칠 보이지 않더니 배가 부른 채로 나타났다. 예지 씨는 직감적으로 임신했음을 알아차렸다.
예지 씨는 "9월에서 10월쯤 동네 수컷 고양이가 와서 채터링을 하고 라봉이가 이틀 정도 외박을 하길래 이미 짐작은 했다"며 "겨울에 출산할 것같아 창고 안에 출산 박스를 마련해뒀다"고 말했다.
출산이 다가오자 라봉이는 편의점에 붙박이처럼 붙어있었다. 그러다 마침 예지 씨의 어머니가 카운터에 있을 때 새끼들을 낳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출산하는 라봉이를 도왔고 덕분에 무사히 새끼들을 낳았다.
그렇게 낳은 아이들은 창고에 마련해둔 숨숨집에서 돌보게 됐는데 라봉이는 예지 씨와 어머니에게 새끼들도 서슴없이 보여줬다.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보이는 그런 행동을 라봉이가 한 것.
예지 씨와 어머니는 원래 새끼들 중 한 마리는 편의점에서 라봉이와 같이 키우고 둘은 입양을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새끼 두 마리는 몸이 약해 먼저 고양이별로 떠났고, '모리' 혼자만 남으면서 생각이 바뀌고 있단다.
출산 직후부터 한 녀석이 너무 약했는데 갖은 노력에도 결국 숨을 거뒀다. 그리곤 또다시 다른 녀석이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마지막 남은 모리 만큼은 그대로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예지 씨는 "모리만큼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집에서 직접 반려묘로 키울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계획이기도 하지만 라봉이는 편의점 마스코트로 남을 예정이다. 편의점 단골 손님 중 한 사람은 라봉이의 출산 소식을 듣고는 직접 닭가슴살 보양식을 만들어 줄 정도로 라봉이를 궁금해 하는 분들도 많단다.
예지 씨는 "라봉이가 조금만 더 힘내서 우리와 같이 모리를 잘 키웠으면 좋겠고, 모리도 먼저 간 제리, 테리 형제들없이 외롭겠지만 부디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길 바래"라며 라봉이 가족에게 애정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