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미지의 세계인 만큼 인간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우주를 소재로 한 많은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곤 한다. 최근에 개봉한 ‘마션’이 그렇고, 이전의 ‘인터스텔라’도 많은 관객을 모았다.
현실에서도 우주를 탐험하고 돌아온 우주인이 많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우주여행 상품도 선보이는 세상이다. 이런 탓에 죽기 전에 우주체험이 로망이라는 사람도 적잖다. 그러나 우주를 먼저 경험한 것은 인간이 아니라 개였다. ‘우주견’이 ‘우주인’보다 앞선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라이카’. ‘라이카’의 본명은 ‘쿠드랴브카’인데, 서방세계에서 부르기 어렵다보니 개의 품종인 ‘라이카’로 불렀다는 게 정설이다. 이 개는 지금으로부터 58년 전인 1957년 11월 3일 우주로 떠났다. 요즘 무렵이다. 최초의 우주인으로 기록된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보다 4년 앞선 것이다.
‘라이카’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러시아는 당시 ‘라이카’가 자동장치에 의해 안락사 당한 것으로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우주선이 궤도에 올라선 지 몇 시간 만에 우주선의 과열로 죽었다고 한다. 러시아는 뒤늦게 그의 우주연구에 대한 공헌을 기려 2008년 모스크바 인근 군사연구소에 2미터 높이의 로켓에 개가 올라선 형태의 ‘라이카 기념동상’을 세웠다.
‘라이카’ 이후 우주로 떠난 동물의 종류와 숫자가 꽤 많다. 1960년 러시아 개 ‘벨카’와 ‘스트렐카’는 스푸트닉 5호를 타고 지구 궤도를 돌다가 살아서 귀환했다. 이듬해 미국에선 침팬지인 ‘햄’을 머큐리 호에 실어 우주로 보냈다.
미국과 러시아는 동물을 경쟁적으로 우주실험에 활용했다. 그동안 우주선을 탄 동물들은 앞서 거론한 것 이외에 원숭이를 비롯해 고양이, 쥐, 도룡뇽, 귀뚜라미, 기니피그, 개구리, 뱀, 열대어, 전갈, 도마뱀, 달팽이, 선충류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으로 기록된 이소연이 지난 2008년 우주탐사를 나설 때는 초파리 1천 마리를 가져갔다.
이들 가운데 살아서 지구로 귀환한 것도 있지만 죽어서 생을 끝마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모두 인간의 삶과 보다 나은 우주적응 조건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대상으로 희생된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인간을 위해 동물의 생명을 담보로 하거나, 그들을 희생양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희생이 헛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그들이 우주선에서 생활하며 보내온 많은 지표들이 바로 우리를 위해, 인류의 미래를 위해 사용될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이렇게라도 그들의 희생을 위로해야지 않겠는가.
국내에서만 한 해 2백만 마리의 동물이 실험실에서 죽어간다고 한다. 그들을 위해 해당 학교와 연구소, 기관은 매해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혼제’를 지낸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주로 떠난 동물들을 위해서도 비록 ‘수혼제’는 아니더라도 마음으로나마 넋을 기려보자.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라이카’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