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상 래이동물의료센터 안과 과장
"수의안과 전문병원 건립 목표"
수의사는 의사와 달리 전문의 제도 도입이 논의 중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어디는 무엇을 잘 보고, 어디는 무엇을 잘 보더라. 이런 식으로 과별로 실전에서 오랫동안 임상 경력을 쌓아온 수의사들에 의해 전문화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 만족할 만하지는 못하지만 전문화도 대형화와 함께 우리 수의업계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젊은 수의사 중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전문의를 지향하고 경력을 쌓아가는 이들도 있다. 이들 스마트 파워들은 앞으로 우리 수의계의 주축이 될 이들이다.
안재상(33·사진) 박사도 그 중 한 사람으로 꼽을 만하다. 그는 현재 서울 대치동 래이동물의료센터에서 안과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국내에서 안과를 전문으로 하는 수의사는 손에 꼽을 정도. 한국 수의안과학회에서 인정한 전문의는 5명이고, 이들을 포함해 전국에서 안과를 전문적으로 한다는 평가를 듣는 수의사는 10명 안팎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의안과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은 아직 없다.
안 박사는 서울대 출신으로 서울대 수의대학원에서 안과 석사와 박사를 했다. 지난해에 미국으로 가 위스콘신 수의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얼마 전 다시 래이동물의료센터로 복귀했다. 수의안과 경력만 벌써 8년차다.
"저는 임상 외의 다른 분야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백내장 수술을 참관하던 도중 보름달이 확 뜨는 것을 보고 속이 아주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미경을 이용하는 수술방식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때 수의안과를 제 갈 길로 정한 셈이죠."
보름달이 뜬다는 말은 백내장 수술시 수정체의 뿌옇게 흐려진 부분을 제거하고 나면 그 아래 원래의 노란 수정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가르킨다. 지저분했던 것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그 '보름달'에 반해서 이 길을 택한 셈이다.
동물의 눈고치는 것이 그렇게까지 학위를 받을 만하느냐고. 사람의 눈보다 동물의 눈이 더 복잡하다는게 그의 지론이자 자부심이다.
예를 들어 백내장 수술시 사람은 안구 마취와 함께 10분 정도면 끝이 난다고 한다. 하지만 강아지 백내장 수술의 경우 전신마취에 눈이 사람보다 크고, 백내장이 훨씬 딱딱한 탓에 30분 가량 소요된다. 게다가 수의사는 말과 같은 대동물도 처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의 목표는 자연스레 안과 전문병원으로 향해 있다. "사실 피부와 치과 전문병원도 생긴 지 몇년 되지 않았죠. 우리나라 수의 전문병원은 이제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거든요. 제 목표라면 안과 만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세우는 것이죠."
그는 인터넷상에서 근거 없이 떠돌아 다니는 수의안과 지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개인적으로 수의안과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초 항생제 성분이 검출돼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진 눈물자국제거제도 그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 천연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고 눈에 넣으면 즉각, 눈물 흘러내림에 의한 갈변 현상도 없애줘 호평을 받았지만 실은 오남용 위험이 있는 항생제가 들어간 제품이었다.
그는 "자칫 잘못된 지식으로 반려동물의 눈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인터넷 상의 각종 지식을 활용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