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2020년 여름께 평택의 마을에 나타나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으며 주민들을 불안하게 했던 '사바나캣'의 근황이 공개됐다.
포획 뒤 개인이 키울 수 없는 멸종위기종 서벌캣으로 드러난 이 녀석은 '감옥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오는 체험동물원에 보내졌다가 최근 들어서야 멸종위기종 보호시설로 옮겨져 남은 삶을 살게 됐다.
동물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4일 "구조 후 체험동물원에서 살던 서벌캣이 드디어 국립생태원으로 터전을 옮겼다"며 반겼다. 서벌캣이 생태원에 마련된 보금자리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사진들이 함께 게시됐다.
지난 2020년 7월 SNS에 평택의 한 마을에 '고양잇과 맹수'가 나타나 새 같은 작은 동물은 물론 길고양이들까지 해치고 있다는 글이 게시되면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녀석은 고양이보다 훨씬 큰 덩치에 곤두선 귀, 기다란 다리에 벵갈고양이와 비슷한 무늬를 갖고 있었다. 당초 그 지역에서 고양이들을 돌보던 이가 새와 길고양이들을 해쳐서 불안하다며 올린 것이었는데 사람들은 처음엔 사바나캣으로 생각했다.
사바나캣은 야생 고양이 서벌캣과 집고양이를 교배시켜 탄생시킨 고양이로 세대가 내려올수록 일반 가정집에서 기를 수 있을 정도로 야생성이 감소한다. 하지만 덩치가 큰 탓에 종종 해외에서도 맹수가 탈출한 것으로 오해를 받곤 한다. 서벌캣의 주인이라고 밝힌 이가 나타나 3년간 사바나캣으로 알고 키웠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동물자유연대와 SBS TV동물농장팀이 이 제보를 바탕으로 현장에 나가 이 녀석을 포획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방송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 녀석은 사바나캣이 아니라 서벌캣으로 판명됐다. 서벌캣의 1, 2대손 쯤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녀석은 멸종위기종으로서 개인이 키울 수 없게 됐고, 담당 기관인 한강유역환경청으로 몰수조치됐다. 이후 체험동물원으로 보내졌다.
체험동물원은 동물단체에서는 '동물의 감옥'으로 부를 정도로 야생동물이 지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의 좁은 공간에서 지내고 숱한 사람들의 시선과 손길에 스트레스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익을 내서 운영되는 곳으로 수입이 줄면 덩달아 복지 수준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동물자유연대는 "대다수의 체험동물원은 환경이 열악하고 동물의 습성을 충족시키기에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고 우려 의사를 전하고 강하게 반대했지만 "관리가 용이하다"는 이유를 들며 한강유역환경청은 결국 체험동물원에 서벌캣을 인계했다"고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체험동물원에 보내진 이후 예상했던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동물자유연대는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서벌캣의 관리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체험동물원에 방문했을 때 활동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서벌캣은 실내가 아닌 실외 체험동물원으로 보내졌으나 콘크리트 바닥으로 된 공간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고 그 안에 동물의 생태와 본능을 충족할 만한 시설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단다. 게다가 정형행동처럼 한 장소를 수 없이 왔다갔다하는 행동까지 보였단다. 거처를 옮겨야 한다는 동물자유연대와 환경이 양호하다는 환경청이 대립각을 세우다 지난해 초 변화가 생겼다.
환경청이 단체의 요구를 수용해 당시 서산에 건립하고 있던 국립생태원 국제적 멸종위기동물(CITES) 보호시설이 완공되면 서벌캣을 옮기겠다고 했다. 지난해 7월 국립생태원 내에 멸종위기종 보호 시설이 문을 열었고, 서벌캣은 지난달 2일 이곳으로 이주했다.
동물자유연대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벌캣의 상태와 이주 시점을 체크하며 참 애타는 시간을 보냈다"며 "오랜 시간 열악한 환경을 견뎌야 했지만, 늦게나마 서벌캣이 멸종위기종 보호 시설에서 살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이주를 환영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무분별한 야생동물 유입과 사육으로 인한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존재한다"며 "생태적 습성이나 개인 사육의 적합성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단지 야생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으로 생명을 사고 파는 것은 사랑이 아닌 소유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