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매서운 추위를 피해 텐트 안으로 들어온 고양이들을 내쫓지 않고 따뜻한 한끼를 나눠준 가족이 캠핑의 즐거움과 훈훈함을 선사하고 있다.
경상남도 사천에 살면서 평소 캠핑을 즐겨하는 상을 씨 가족. 지난해 말 가족은 카라반을 끌고 남해 송정해수욕장으로 크리스마스 캠핑을 떠났다.
한 달 만에 하는 외출이고 크리스마스여서 모처럼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카라반 뒤에 텐트를 친 뒤 짐을 풀고 저녁도 해먹었을 무렵 갑자기 텐트 밖에서 부시럭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고양이 두 마리가 차례대로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저녁 7시 무렵이었지만 바깥 기온은 이미 영하 5도. 한반도 남쪽 끝 남해에서는 제법 보기 드문 강추위였다. 캠핑장 주변에 사는 길고양이들이 추위를 피해 들어온 것같았다.
그러면서 익숙한 듯 텐트 안 이곳저곳을 살피는 녀석들. 가족들이 잠자코 있자 활동 범위는 더 넓어졌다. 텐트 안에 있는 이런저런 물건을 뒤지고, 따스한 난로 옆에 어슬렁거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었다.
상을 씨 가족은 이 녀석들을 내쫓기는 커녕 오히려 이제 왔느냐는 듯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그릇을 꺼내 깨끗한 물을 부어주고, 고양이용 사료까지 내줬다. 그릇을 깨끗히 비워내는 모습에 흐뭇한 웃음이 입가에 번졌다.
가족은 캠핑을 갈 때마다 주변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마주친 터라 이날 일을 미리 예감하고 단단히 준비를 해왔던 것이었다. 고양이를 챙겨주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보고 무척이나 좋아하는 딸아이. 이렇게 캠핑의 추억이 하나 더 쌓였다.
상을 씨는 이 여유로움과 따스함이 묻어나는 광경을 함께 나눌 생각에 고양이 커뮤니티에 게시했다.
강추위에 고양이들을 챙겨주는 따스한 모습에 고양이 커뮤니티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특히 캠핑을 즐기는 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더 흐뭇하게 했다.
텐트 밖 파쇄석 밟는 소리가 나면 고양이들이 오는구나하면서 웃게된다는 이부터 텐트 안에 들어온 고양이를 아침까지 재워서 보낸 이도 있었고, 고양이들이 손쉽게 텐트 안에 들어오게끔 고양이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는 이도 있었다.
다만 이 녀석들과 좀 더 함께 하고 싶었지만 이날 캠핑은 계획보다 빨리 접었단다. 강추위 속에 밖에서 떨고 있을지 모르는 집 주변 길고양이들이 생각나서였다. 걔중에는 어미에게 버림받고 얼마 전에는 들개에 남은 자매마저 떠나보내고 한참을 슬피 울다가 이제서야 기운을 차린 어린 녀석도 있었다.
상을 씨는 "캠핑갈 때마다 고양이들이 매번 와서 사료와 간식을 가지고 다니게 됐다"며 "누구나 이런 상황이 닥치면 안아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