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우크라이나 피난민이 개와 고양이를 안고, 업고, 이고지고 피난길에 나선 사진이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이웃나라들은 끝까지 반려동물을 포기하지 않은 우크라이나인에게도 국경을 열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국제 동물보호단체 ‘윤리적 동물 대우를 위한 사람들(PET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4국은 피난민과 반려동물에게 국경을 개방했다.
인접국 4국은 피난민들에게 반려동물 반입 규정을 면제하기로 했다. 통상 외국인의 반려동물에게 입국 전에 예방접종 증명서, 광견병 항체 피검사, 마이크로칩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길면 몇 주가 걸린다.
하지만 루마니아는 1인당 반려동물수를 5마리로 제한해서, 우크라이나 피난민 일부가 입국을 거부당한 사례가 PETA 독일지부에 보고됐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동물들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남은 사람들도 결사항전 중이다. 남은 가족과 자원봉사자들, 동물단체 직원들이 남겨진 동물을 챙기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다.
우크라이나 비영리 동물단체 유애니멀스는 전국 동물보호소들에게 사료, 약, 반려동물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보호소 동물들 때문에 대피하지 않고 남은 직원들이 계속 지원을 요청하고 있고, 그 수는 점점 늘고 있다.
유애니멀스는 “우리 정보에 따르면, 동물들이 살아있지만 며칠 먹을 음식 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동물보호소에 필요한 사료와 식료품을 전달할 수 있는 배송망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PETA 독일 지부는 우크라이나에 개와 고양이 사료 20톤, 담요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PETA 영국 지부는 조지 유스티스 영국 환경부 장관에게 우크라이나 피난민을 위해 반려동물 반입 규정을 완화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97세 노모를 위해서 수도 키이우(키예프)에 남은 리디아 소코로바(74세)는 아들의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러 가는 길도 목숨을 거는 각오로 나선다. 어느 골목에서 러시아군과 마주칠지 모르는 데다, 유령도시가 된 거리에서 공습경보를 들으면서 발길을 재촉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녀는 캐나다 C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나는 대피소로 가지 않을 거다.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셔서 곧 97세가 된다. (모두 지하철이나 건물 주차장에서 지내는 데 반해) 우리는 (평소처럼) 아파트에서 지내면서, 내가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나는 이제 아들의 고양이에게 밥을 주러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남은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반려동물을 데리고 다닌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반려견 목줄을 잡고, 고양이를 안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