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한반도의 겨울 추위는 매섭다. 그래서 ‘살을 에는 추위’라는 표현을 방송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살을 엔다’의 사전적 의미는 칼로 살을 베어내는 것과 같은 고통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한 추위다. 그만큼 우리의 겨울은 견디기 쉽지 않다.
한국의 겨울은 시베리아 기단의 팽창과 수축에 영향 받는다. 차가운 공기 덩어리인 시베리아 기단이 세력을 확장하면 기온이 급강하하며 차가운 날씨가 계속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런 기세가 계속되지는 않는다.
3~4일 정도 되는 동장군(冬將軍)의 기세는 남쪽에서 밀려드는 따뜻한 공기에 의해 약해진다. 그리고 그 기간은 3~4일 정도 계속 된다. 우리 선조들은 겨울철 이런 날씨를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고 했다.
고양이들의 평균 체온은 사람보다 몇도 높다. 그래서 추위에 취약한 고양이들은 필사적으로 따뜻한 곳을 찾는다. 그래서 전국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겨울이 되면 고양이의 천하가 된다. 운전을 위해 주차장에서 자동차 키로 시동을 켜보면 이곳저곳에서 놀라서 우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곤 한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는 근린공원이 하나 있다. 요즘 같이 여행이나 외출에 제한이 많은 코로나 시대에는 이런 작은 공원들은 도심 속 작은 오아시스와도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필자 같이 매일 산책하는 것을 즐기는 주민들이라면 더할 것이다.
그런데 근린공원을 사랑하는 지역 주민에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말티즈, 푸들 등 다양한 품종의 견공(犬公)들도 있지만 귀여운 치즈 태비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 작은 공원의 고양이 지배자는 이 두 마리로 추정된다. 다른 고양이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아직 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양지(陽地)를 찾는 대표적 포유동물이다. 그런 동물의 전형처럼 공원의 지배자들은 당당하게 양지만 차지한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음지(陰地)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어린 시절 키웠던 고양이 나비는 아침에 출타하면 초저녁이 되면 귀가했다. 맛있는 것만 생각하던 필자는 당시 나비의 귀가를 보며 고양이의 몸에 있는 배꼽시계가 작동해서 그 시간에 집에 온다고 믿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손자와 생각이 달랐다. 할아버지는 배가 고픈 것도 나비의 귀가 이유 중 하나이지만, 또 다른 것이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해가 지면 추위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나비는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온다고 주장했다.
할아버지는 그러면서 지난 새벽 이야기를 하셨다. 잠결에 갈증이 나서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에 갔더니 나비가 아궁이 바로 옆에 뱀처럼 자신의 온몸을 말고 자고 있었다고 하셨다.
당시 부엌은 음식을 만드는 공간과 난방을 위한 공간이 합쳐진 구조여서 집에서 제일 따뜻한 곳이었다. 고양이의 입장에서 부엌은 어둠이 지배하는 밤에 최고의 명당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