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낯선 시골에 갔을 때 강아지들이 나를 반겨준다면 금세 그곳에 친근감이 생깁니다. 그만큼 강아지들의 환영 인사는 강력합니다.
하지만 종종 강아지들이 안고 있는 사연을 알고는 마음 아프게 돌아설 때도 있습니다. 시골개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잘 아는 동물단체 활동가들은 그런 경험을 일반 사람보다 더 많이 하기 마련인데요.
응급처방에 그치지 않고 해결책을 찾아 나서려는 움직임을 소개합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 4일 SNS에 지난달 파주 카라 더봄센터 인근 동물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마을 동물복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찾은 마을에서 구조한 새끼 강아지 2마리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활동가들이 마을을 찾았을 때 어미개가 한달음에 달려나왔습니다. 어미개 뒤로는 이제 2개월이 됐을까 말까한 새끼 두 녀석이 거리를 두고 쫓아왔습니다. 얼핏 시골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개들이 낯선 이를 환영하는 것으로 보일 법했습니다.
기쁨도 잠시 어미개를 쫓아나오던 두번째 새끼가 움직이는 것이 좀 이상해 보였습니다. 가까이 오고 싶어도 오지 못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이 녀석은 제대로 걷지를 못하고 땅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활동가들을 보고 달려나온 어미개는 마을 어느 주민의 개도 아닌 떠돌이 개였습니다. 정처 없이 논과 밭을 떠돌며 음식을 구걸해서 삶을 이어가던 녀석이었죠. 새끼들을 뱄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만삭이 되면서 몸이 무거워졌고, 음식을 구걸하기 어려웠던지 실외에 묶여 지내는 다른 시골개 곁에 자리를 잡고 새끼들을 낳았습니다.
다행히 다른 개는 떠돌이 어미견의 새끼들을 제 자식처럼 품어줬다고 합니다. 그 개는 크지 않은 개집에 목줄에 묶여 지내는 여느 시골개들과 다름 없는 신세이지만 갑자기 찾아온 떠돌이 어미견 가족을 밀어내지 않았습니다. 시골개의 보호자도 마당 안팎을 오가는 어미견을 쫓아내지는 않고 먹이를 주며 살펴주고 있었습니다. 고마운 주민분이었습니다.
떠돌이 어미개가 낳은 새끼들이 모두 건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녀석은 이미 목격된 대로 땅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고, 임시 보금자리에서 발견한 또다른 새끼 하나는 아예 개집 안에서 거동이 거의 없었습니다.
답사차 나왔던 활동가들은 두 녀석을 병원에 데려갔고, 진단 결과 두 녀석 모두 유전적 다리 기형 진단을 받았습니다. 특히 기어다니던 녀석이 다리 기형이 심각했습니다. 카라 활동가들은 기어다니던 녀석에게는 '웅얼', 거동이 없던 녀석에게는 '꿍얼'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더봄센터에서 돌보기로 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시골개들, 특히 새끼들의 모습은 귀엽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좀 더 크면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요? 많은 시골개들이 짧은 목줄에 묶여 평생을 살거나 길거리를 떠돌며 유기견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물보호소에 들어오는 유기견의 상당수는 시골에 사는 잡종개들입니다. 주인이 있어도 자유롭게 풀어 놓고 키우면서 떠돌이개가 되기도 하고, 교배하면서 수많은 새끼들을 낳아 악순환의 고리가 쉽게 끊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몇년 전부터 마당개 중성화 사업이 추진됐고, 올해는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카라는 "웅얼과 꿍얼 남매를 구조하는 한편 중성화 지원과 입양홍보 등 현장에 남겨진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추가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며 "방치견과 떠돌이 개, 그리고 계속되는 번식과 낙후된 환경 속에서 되풀이 되고 있는 시골개의 악순환 문제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시골개 문제 해결의 모범 사례가 나오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