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1988년 서울 올핌픽을 앞두고 논의가 본격화돼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이 31년 만에 전면개정됐다. 맹견사육허가제, 동물보호소 제도권 편입,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사육포기 허용, 펫숍 허가제 전환 등 반려동물 영업체계 등의 내용을 담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일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동물학대행위자에 대한 수강명령 또는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제도가 도입된다. 동물학대자에게 최대 200시간의 범위에서 상담, 교육 등을 이수하게 함으로써 동물학대 재발을 방지하게 된다. 당초 사육금지 처분까지 논의됐지만 막판에 제외됐다.
개물림 사고 예방을 위한 맹견사육허가제가 도입된다. 이제 맹견을 사육하려는 사람은 시·도지사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기질평가를 거쳐 해당 맹견의 공격성 등을 판단한 결과를 토대로 사육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법에서 정한 5대 맹견이 아닌 일반개도 맹견으로 분류돼 규제를 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맹견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견도 사람과 동물에게 위해를 가한 경우 시·도지사가 기질평가를 명할 수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맹견으로 지정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맹견처럼 사육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정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과 믹스견이다. 하지만 일반견에 의한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때마다 맹견의 범위를 넓히는 한편 대형견 등 일부 개에 대해 외출시 입마개를 반드시 착용토록 해야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자격이 신설돼 개물림사고 방지 훈련 등에 관한 전문인력 양성 기반이 생긴다. 반려동물 행동분석, 평가, 훈련 등에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은 시험 등을 거쳐 국가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강형욱 훈련사로 대표되는 훈련사 자격은 현재 민간에서 발급하고 있다. 한국애견연맹과 한국애견협회 두 곳으로 국가 공인 자격증은 아니다.
민간 동물보호소에 대해 신고제가 도입된다. 지자체에서 직영 또는 위탁으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 외에 그동안 민간이 개별적으로 운영해왔던 ‘사설 동물보호소’가 제도권 내로 들어오게 된다.
이 경우 동물의 적정한 보호·관리 등을 위한 시설·운영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민간동물보호시설의 사육환경 개선 등을 위한 정부 지원도 확대될 계획이다. 또 현재 강아지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펫숍도 쓸 수 있는 동물보호소 명칭도 함부로 쓸 수 없게 된다. 이미 펫숍이 동물보호소 명칭을 사용하면서 분양인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동물인수제가 도입된다. 소유자가 사육을 포기한 동물을 지자체에서 인수할 수 있도록 하여 동물 유기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다. 다만, 무분별한 인수 신청을 막기 위해 사육 포기 사유는 장기 입원, 군 복무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된다.
동물실험을 심의·지도·감독하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기능이 강화된다. 최초 심의받은 사항에서 실험동물 마릿수 증가 등 중요한 사항이 변경되는 경우 위원회의 변경심의를 받아야 하며, 위원회는 심의를 받지 않은 동물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즉시 해당 실험의 중지를 요구할 수 있다.
동물복지축산인증제가 한층 개선된다. 인증 유효기간(3년)과 갱신제도가 마련되고, 허위·유사 표시 금지규정 등이 신설된다. 외부 전문기관에 인증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반려동물 관련 8대 영업의 체계가 개편된다. 동물수입업·판매업·장묘업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돼 기존 동물생산업까지 허가업종이 4개로 늘어난다.
불법 영업에 대한 처벌도 한층 강화된다. 기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무허가 영업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무등록 영업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준이 높아진다. 동물생산업·수입업·판매업자의 거래내역 신고제도 마련된다.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은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될 예정이며,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다만, 맹견사육허가제, 반려동물행동지도사, 동물복지축산인증제 개편 등은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기간을 감안하여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김원일 농식품부 농업생명정책관은 "올해는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지 31주년을 맞는 해로,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변화된 국민 인식이 이번 동물보호법 전부 개정을 통해 제도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앞으로 하위법령 개정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동물보호법 전면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앞으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동물에게 제3의 인격을 부여하는 민법 개정안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