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2일 치러졌다. 수능에 혹시 내 분야 문제가 나왔는지 관심을 갖는게 인지상정.
펫팸족 1000만 시대를 맞아 동물 관련 문제들도 수능 시험곳곳에서 포착됐다. 어떤 문제들이 나왔는지 소개한다. 독자들도 함께 풀어보시길.
제3교시 영어 영역. 동물과 관련해 총 세 문제가 출제됐다. 영어듣기 16, 17번. 곤충들의 생존전략을 들려주고 주제(16번)와 언급되지 않은 곤충을 찾는 문제(17번)였다.
곤충들은 야생에서 잡아 먹히지 않기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왔다. 몸을 숨시고, 주변과 비슷하게 위장하고, 또는 천적에 대항하는 자신 만의 비밀병기를 개발해 왔다는 내용이다.
개미와 나비, 메뚜기, 벌 등 4가지 곤충이 지문의 예시로 나왔다. 개미는 몸을 숨기는데 선수이고, 나비는 눈에 띄지 않게 날개를 접어 죽은 나뭇잎처럼 보이게 위장한다. 메뚜기는 담배 주스라 불리는 다크 브라운 계열의 액체를 찍뿌린다. 이 액체는 너무나 써서 천적들이 메뚜기를 잡아먹지 않도록 한다. 벌의 경우 벌침이라는 방어무기를 갖고 있다.
다음 문제는 37번. 독해와 글 구성 능력을 묻는 문제다. 주어진 문장이 그 아래 문단의 어느 곳에 들어가면 되는지를 물었다.
개의 감각 능력을 알고 있다면 푸는데 도움이 되는 문제다. 개는 특히 후각이 발달해 있는데 개의 후각 세포는 사람보다 세 배 정도 크고, 후각수용체라는 단백질은 사람이 600만개인데 비해 개는 무려 2억5000만개에 달한다. 사람보다 후각 능력이 10만배 정도 뛰어나다.
그런데 문제의 지문 내용은 다소 예상 밖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개가 후각이 뛰어나다보니 외부상황 판단을 후각에 의지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개가 바깥에 어른거리는 모습이 비춰 졌을 때 후각보다는 시각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즉, 보호자가 새로운 코트를 입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꿔 집에 돌아 왔을때 평소 짖지 않던 개가 난데없이 짖어댄다.
후각만 의지한다면 그렇지 않을텐데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은 개가 이때는 후각보다는 시각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문은 개의 후각능력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항상 후각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마무리된다. 답은 5번 되겠다.
제 4교시 사회탐구 영역(생활과 윤리) 15번도 동물과 관련된 문제다. 동물 윤리라고 판단하면 된다. 사상가들의 동식물에 대한 생각을 읽고, 이를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문제다.
특히 갑의 생각이 눈길을 끈다.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동물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둔화시키고 도덕성에 매우 이로운 자연적 소질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그러한 행위는 인간의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에 어긋난다'
누구의 생각일까.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혹은 어떤 존재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이 말은 1724년 태어나 1804년 숨을 거둔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칸트는 동물 자체에 대해 직접적 책임감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물학대가 인간학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인간을 해롭게 할 수 있는 만큼 동물학대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제 4교시 직업탐구 영역(농생명 산업1)에도 동물 관련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농장동물의 복지와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소와 닭을 방목해서 키우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농장을 사례로 들면서 우리나라 축산업에 주는 시사점을 판단하라는 문제다.
동물복지 인증마크라는 것이 있다. 정부는 동물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있는 농장에 대해 이 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2012년 달걀을 목적으로 하는 산란계 농장을 시작으로 돼지와 육계까지 인증마크제도가 도입돼 있고 올해 말에는 한우와 육우, 젖소 인증도 추진할 계획이다.
동물복지 인증마크의 목적은 살아서 만큼이라도 농장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한편으로 지속가능한 축산모델을 제시하여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답은 3번이 된다.
수학능력시험은 대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전반적인 능력을 평가한다. 동물에 대한 지식 역시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