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최근 내린 역대급 폭우에 납골당에 안치된 반려동물들이 무사히 잘 있다는 문자를 먼저 보내준 반려동물 장례업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반려동물을 맡긴 보호자들의 걱정을 하나라도 덜어준 대고객 서비스라는 평가다.
경기도 광주시에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617㎜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이로 인해 남한산성면과 퇴촌면 일부 마을이 고립되는 등 공공시설 782건, 사유시설 479건 등 총 1261건의 피해와 56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번 폭우에 방송 화면을 도배하다시피한 서울 강남 못지 않은 비에 피해 또한 만만치 않았다.
광주시 오포읍 매산리에 위치한 반려동물 장례업체 21그램의 경기광주 1호점도 폭우에서 벗어나진 못했지만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입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가운데 한 직원이 업무 매뉴얼에 없는 하겠다고 나섰다. 먼저 반려동물들이 잘 있다는 문자를 보내자는 것이었다.. 장례지도사 출신의 행정직원은 평소에도 잘 있는지 걱정하거나 종종 찾아오는 보호자들이 이번 비에 아이들은 잘 있는 지 걱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한다.
명절은 물론 특별한 날에 떠난 가족의 묘지나 납골당을 찾듯이 보호자들 가운데에는 반려동물이 유골이 안치된 납골당을 찾아 그리움을 표현하는 이들이 꽤된다. 납골당에서는 종종 떠난 반려동물 앞에서 한참을 눈물 짓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지난 16일부터 문자 발송 작업이 시작됐다. 글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는 보호자들을 위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잘 안치되어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일일히 찍어 함께 보냈다. 보호자 가정 역시 이번 폭우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를 바란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19일까지 나흘에 걸쳐 납골당에 안치된 반려동물 가운데 무연고를 제외한 303마리의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무사히 잘 있다는 안내 문자가 발송됐다. 200여통의 답신 문자가 회사로 쇄도했다. 70% 안팎에 달했다.
걔중에는 장문의 문자로 회사에 고마움을 표현한 보호자들도 있었다. 반려묘를 떠나보낸 한 보호자는 "보내준 문자를 가족들에게 전달했고, 가족 모두 고마워했다"며 "한동안 보러가지 못해 너무 보고 싶었고 그리워했던 차에 정말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부분"이라고 고마워했다.
문자를 보낸 뒤 납골당을 찾은 보호자들도 평소보다 크게 늘었단다. 아이디어를 내고 문자를 발송한 직원은 "보호자들이 이렇게나 떠난 반려동물을 추억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며 "보호자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다"고 뿌듯해했다.
한편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는 사망신고된 반려견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사망신고가 되면 등록 정보도 사라져 더 이상 반려견의 정보를 볼 수 없었으나 지난 2월부터 계속 열람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렇게 시스템이 바뀐 데에도 21그램 직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대부분 직원이 반려인으로 구성된 21그램에서 아이들의 소중한 기록을 남겨줬으면 하는 바람에 수 차례 의견을 제시했고, 이같은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권신구 21그램 대표는 "반려동물의 죽음은 자식의 죽음과 같다는 말이 있다"며 "그만큼 고통과 상심이 크다는 의미로 보호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먼저 다가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