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장모가 구조하고 사위가 고심 끝에 맞아들인 새끼 고양이가 두 달 만에 살 녹아내리던 털뭉치에서 건강한 고양이로 거듭났다는 소식에 랜선 집사들이 아낌없는 칭찬을 보내고 있습니다. 구조부터 치료, 입양까지 3박자가 갖춰진 이보다 더 완벽한 냥줍 사례가 있을까 싶습니다.
정균 님은 얼마 전 고양이 관련 SNS 그룹에 지난 6월말 길거리에서 구조해온 새끼 고양이의 근황글을 게시했습니다. 정균 님은 그때 "고양이를 살려보겠습니다"라는 짧고 강렬한 말과 함께 길거리 신호등 하단부에 혼자 있던 새끼 고양이를 데려와 치료를 시작한 사진들을 게시했습니다.
새끼 고양이는 기력이 약해져 축 늘어져 있었고, 특히나 왼쪽 앞발과 겨드랑이 부분에서는 피부 괴사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괴사 때문에 털이 빠지고 진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녀석을 병원에 데려가 진료를 받게하고 붕대를 감아 데려온 모습까지였습니다.
정균 님의 짧고 강렬한 선언에 수많은 랜선 집사들은 응원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고양이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글들이 원글에 달렸습니다. 구조 만도 칭송받을 일이지만 냥줍의 완결은 역시나 치료와 함께 평생 가족 찾아주기입니다.
정균 님이 공개한 근황은 사람들의 기대를 뛰어 넘었습니다. 처음 발견 당시부터 살이 녹아 내린 상태, 붕대를 감고 시작한 치료 모습, 아물어 가는 상처, 그리고 임신한 엄마 집사와의 교감, 셋째 막내 냥이로서의 융화까지,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였습니다.
이 녀석을 처음 발견한 것은 정균 님의 처제였다고 합니다. 이날 처제는 운전해서 출근하다 새끼 고양이가 차도를 절뚝거리며 건너는 것을 봤습니다. 가족 단톡방에 올렸는데 장모님께서 항상 다니는 공원이라서 강아지 산책 나갈 겸 고양이 찾아볼 겸해서 갔다가 발견했다고 합니다. 저녁이 되어가는 시간에 회색이라서 잘 보이지도 않고 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용케도 강아지가 짖어대는 곳을 찾아보니 이 녀석이 쓰러진 채였습니다.
장모님은 병원에 데려가 응급 처치에 붕대도 감아주도록 했는데요. 정균 님은 그 소식을 듣고 들일까말까 엄청 고민하다 "손바닥만한 것이 너무 짠해서" 셋째 고양이로 맞아들이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불현듯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떠올라 이름은 겨울이로 지었고요.
정균 님은 사진들을 공개하면서 "줍줍하고 치료를 시작한지 딱 두달이 지난 지금 고양이 완성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라며 "내가 너 살렸다. 짜식아"라고 흐뭇해했습니다. 또 "처음 이 친구를 데려왔을 때는 저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 특별할 것없는 보통사람 별거 아닌 사람이라 말씀드렸었습니다"라며 "저는 겨울이 덕에 드디어 좋은 사람이 되었습니다"라고 수많은 이들의 응원에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한편 정균 님의 첫째와 둘째 역시 냥줍해온 아이들입니다. 2020년 5월 옆사무실 고양이가 낳은 새끼들을 놓고 서로 곤란해하던 때 가장 허피스가 심했던 두 녀석을 입양했습니다. 바다와 하늘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는데요. 하늘이는 1년 쯤 됐던 작년 5월 비대성 심근증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첫째가 동기를 보내고 두 달이 지났을 때 묘연이 또 찾아왔습니다. 첫째가 외로워하길래 둘째를 들일까말까하던 차에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어미 길고양이가 새끼들을 낳았고, 분란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다가 연이 닿았습니다. 둘째 삐삐는 처음엔 바다와 하악질을 해대는 등 살벌한 모습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시간이 지나 핥아주고 함께 자는 모습에 아내분과 울다시피했다고 합니다.
네! 정균 님은 "겨울이 덕에 드디어 좋은 사람이 되었습니다"라고 했지만 이미 그전에도 충분히 '좋은 사람'의 자격을 갖고 있었던 셈입니다. "멋진이 묻어납니다" "겨울이 하나도 안 못났어요. 넘 사랑스러워요^^" "이건 진짜 리스펙(존경)" 등등 이런 반응들이 나오는 것이 당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