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빠루] 제 64부
[노트펫] 진돗개는 기품이 당당하고 멋지다. 마치 일류 모델 같다. 그런데 진돗개는 외모만 아름답지 않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생 한 주인만을 안다.”는 얘기가 있다. 사람과의 의리를 아는 반려견이다.
약 7년 정도 왕복 80km 거리가 넘는 직장을 다닌 적이 있었다. 집 현관을 나서 지하철에 도착하면 이미 30분이 지났고, 전철 38개 정거장을 지나서 내리면 다시 버스를 타서 약 15분 정도 더 가야 비로소 직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쟁 같은 출근길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근 시간은 약 2시간 20분, 직장에 도착하면 힘이 들어서 일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자가용을 이용하면 상황이 달랐다.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30~40분이면 해결 가능했다. 물론 좀 일찍 출근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아침은 꼭 챙기기 때문에 당시 직장 근처 식당에서 식사하면 다른 사람과 비슷한 시간에 일과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내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같은 방향으로 출근하면 차량 한 대로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한 명은 남쪽으로 다른 한 명은 동쪽으로 출근해서 어쩔 수 없이 별도 차량으로 장거리 운전을 해야 했다.
계속되는 장거리 운전으로 엔진오일 교환, 세차 같은 차량 관련 일들이 많았다. 다행히 동네에는 세차장을 겸한 솜씨 좋고 정비소가 있었다. 필자의 차량은 10년을 훌쩍 넘긴 상태여서 정비와 세차를 위해 그 정비소에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방문한 것 같았다.
그런데 정비소에는 차량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멋진 진돗개가 손님을 맞아줬기 때문이다. 필자 부부가 처음 그곳을 방문했을 때 진돗개는 마치 ‘소가 닭을 보는 것’ 같이 무관심하게 대했다. 하지만 방문이 거듭될수록 대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단골손님의 범주에 들어가자 우리 일행에게 마치 주인이 외출을 다녀온 것처럼 반겼다. 귀를 뒤로 눕히고 꼬리를 헬기의 프로펠러처럼 흔들었다. 그런데 그 진돗개는 아이들을 무척 반겼다. 아이들과 같이 갈 때면 반달가슴곰처럼 벌떡 일어서서 '하이 파이브'를 하자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30여 년 전, 학창 시절 친구 집에서 키웠던 진돗개도 그랬다. 처음 필자를 본 그 진돗개는 마치 늑대가 양을 향해 돌진하려는 듯이 짖어댔다. 하지만 방문이 잦아지자 경계심을 풀어주었다 이윽고 손님인 필자가 ‘손’이라고 말하면 순순히 자신의 앞발을 턱하니 내려놓을 정도가 되었다. 그 다음에는 손바닥을 정중하게 핥아줄 정도까지 친해졌다.
어릴 때 키우던 스피츠견 빠루도 진돗개와 비슷했던 것 같다. 처음 보는 사람이 집에 오면 엄청난 기세로 짖었지만, 얼굴이 익숙해지면 꼬리를 흔들며 환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 이웃들이 빠루를 무척 좋아했다. 빠루나 진돗개나 친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동물인문학 저자 이강원(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