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똥은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냄새만 지독한 쓰레기가 될 수도 있고, 귀중한 자원이 될 수도 있다. 동물들의 똥은 오로지 사람의 노력에 따라 활용성이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먼저 초원의 유목민들이 사는 몽골의 경우부터 살펴 보자.
몽골은 지난 수천 여 년 동안 초원에서 양, 염소, 말과 같은 가축들을 키우면서 생활했다. 그런데 초원이라는 환경 특성상 나무가 많지 않아 추운 겨울에 사용할 땔감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몽골 유목민들은 자신들이 키우는 소, 말과 같은 초식동물들의 똥을 모아서 불을 지피고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유목생활을 하는 몽골의 아낙네들은 큰 통을 메고 초지에 널려 있는 말이나 소의 똥을 집게를 사용하여 주워 담는다. 그렇게 모은 똥을 한 군데에 차곡차곡 쌓아 바짝 말린다. 이 거대한 똥무덤은 추운 겨울 가족들을 따뜻하게 해줄 소중한 연료로 사용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몽골 초원에서 똥을 주워 모으는 역할은 남자가 아닌 여자들의 일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남자들은 순간적으로 강한 근력(筋力)이 요구되는 일에 집중하는 것같다.
몽골은 나무보다는 풀이 압도적으로 많은 나라다. 그래서 초식동물인 가축들에게 우리나라처럼 배합사료를 먹여서 키우지 않는다. 가축들은 풀만 먹고 자라므로 그들의 똥은 섬유질의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다.
나무가 없는 초원에서 동물의 똥처럼 섬유질이 풍부한 연료는 아마 없을 것같다. 몽골 초원의 유목민들에게 가축들의 마른똥은 하늘이 준 선물인 셈이다.
그렇다고 마른 똥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초원에서 젖은 똥은 가축들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를 수리할 때 요긴하게 사용된다. 동물의 젖은 똥을 우리 외벽에 바르면 우리의 벽이 두껍게 되어서 방한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런 행동은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유목민들이 가축들에게 해줄 수 있는 배려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원료는 가축들의 똥이지만 사람이 이를 잘 활용하면 좋은 건축자재가 되기도 한다.
아시아 코끼리들의 주요 서식지인 스리랑카와 태국의 경우, 코끼리 똥은 매우 귀한 용도로 사용된다. 사람들은 코끼리의 똥을 버리지 않고 모아서 채를 받치고 물에 걸러 낸다. 그러면 채에는 많은 양의 섬유질이 모이게 되는데, 그것을 활용하여 종이를 생산하는 것이다.
코끼리 똥으로 만든 종이는 현지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으로 인기가 높아서 일반 종이보다는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판매도 잘 되는 편이다.
심지어 코끼리의 똥으로 만든 부적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는 코끼리 똥이 영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풍문 때문이다. 남들이 버리는 동물의 똥으로 종이를 만든다는 것도 지구 환경을 지키는 좋은 일인 것같다.
몽골 초원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사바나의 유목민도 코끼리 똥이나 소똥을 말려 연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풀을 먹고 사는 아프리카 코끼리는 하루 100~200kg의 똥을 누는데, 초원에서 이렇게 많은 양의 연료를 생산하는 동물은 단언하건데 아마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코끼리는 그곳 유목민에게는 요긴한 연료를 공급하는 고마운 존재일 것 같다.
코끼리의 똥과 사향고향이의 똥에서 추출한 커피원두로 만드는 블랙 아이보리 커피와 루왁 커피라는 고가의 커피도 있다. 동물의 똥에서 추출한 이 커피들은 그냥 커피에 비해 수배의 가격에 거래된다. 이렇게 동물의 똥은 활용하기에 따라 매우 요긴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동물의 똥을 자원으로 보는 시각이 생기고 있다. 그냥 처리해야 할 귀찮은 존재가 아닌 에너지 자원으로 보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7월 23일 전남 화순군은 축분(소똥)을 이용한 연료개발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앞으로 이 사업이 잘 발전하여 우리나라 환경문제 개선은 물론 바이오 연료개발에 큰 기여를 했으면 한다.
마사회도 몇년 전 말똥을 이용한 친환경 비료 생산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사업도 잘 되길 기원해 본다. 이제 조만간 똥이 훌륭한 자원이 되는 시간이 올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