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길고양이 문제에 대해 영상을 올린 유튜버 '새덕후'의 주장이 화제를 끌고 있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 영상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고양이만 소중한 전국의 캣맘 대디 동물보호단체분들에게"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영상의 주장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고양이의 사냥본능이 토종 야생동물들을 해치고 있으며, ▲이는 무분별한 고양이 밥 주기로 개체수가 늘어나기 때문이고, ▲기존의 TNR(중성화 후 방사) 정책은 개체수 조절에 효과가 없으며, ▲인도적인 해결 방법으로는 길고양이 입양이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길고양이와 동물권에 관련된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는 '캣챠'는 두 번에 걸쳐 '새덕후' 영상의 주장을 반박하는 뉴스레터를 발행했다.
길고양이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새덕후 영상은 고양이가 "사람 품을 벗어나면 천적이 없는 최상위 침입종"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캣챠는 지금 우리가 보는 길고양이들은 오랜 시간 인간을 포함한 도심 속 생명체들과 공존해왔다고 반박한다.
대구에서 출토된 가야 시대의 토기에는 쥐를 잡는 고양이의 모습이 담겨있고 9세기 통일신라 유적으로 추정되는 왕궁 주변 우물 속에서 고양이 뼈가 발견되는 등, 길고양이는 한반도에 오랜 시간 뿌리내리고 살아왔다. 사람의 손으로 버려져 도시 생태계에 유입되었다기 보다는, 천 년이 넘게 길 위의 생태계를 구축해 온 자생종이라는 것이다.
생태계 교란의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
캣챠는 '인간이 곡물을 창고에 저장하면서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가까이 두었다'고 말했다. 태생적으로 길들여지지 않는 동물인 고양이는 이때부터 자생적으로 번식하면서 인간과 교류하며 공존하는 독특한 동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사는 생태계는 인류 문명이 발전하면서 변화했다. 캣챠는 "길고양이는 인간에게 버려져 자연으로 내몰린 유기묘가 아니다. 그들의 터전이 야생에서 마을로, 도심으로 변화해왔을 뿐"이라며 도시는 고양이에게 주어진 마지막 터전이라고 지적한다.
새덕후 영상이 지적하는 길고양이로 인해 희생된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의 원인은 길고양이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생태를 파괴한 도시화에 있다는 것이다. 캣챠는 "고양이의 쥐를 잡는 능력, 즉 사냥 본능 때문에 인간과 가까워졌는데 이젠 그 사냥 본능 때문에 '살처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는다"고 지적한다.
TNR은 공존에 도움을 준다
길고양이 문제에 주된 대안으로 시행되고 있는 방법은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후 방사하여 개체수 증가를 억제하는 TNR 방식이다. 하지만 새덕후 영상은 "TNR의 효과가 나타나는 속도가 길고양이 번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비판한다.
캣챠 또한 TNR이 모든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TNR은 수치로 남겨지지 않는 많은 효과를 이끌어낸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발정기에 고양이가 내는 소음을 줄이고, 한 고양이 개체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지 않도록 방지하며, 짝을 찾아 영역을 침범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방지하면서 인간과 길고양이의 더 나은 공존 형태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백수진 캣챠 대표는 이에 덧붙여 "새덕후 영상은 'TNR을 한 개체도 새 사냥을 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TNR 무용론을 주장하는데, TNR로 생식 본능을 제거해도 사냥 본능이 남아있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고양이 중성화는 번식을 억제하는 수술이지 사냥 본능을 건드리지 않는다. 다만 중성화된 고양이 개체의 자손이 새 사냥을 할 일은 없어진다"며 "TNR은 사냥에 나서는 고양이 수를 조절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책"이라고 설명했다.
유일한 대안은 입양?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들이 지속 가능하고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캣챠는 새덕후 영상이 주장하듯 길고양이 밥 주기를 멈추고 해외의 살처분 정책 사례나 가정으로 길고양이 입양하기를 권장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만약 모든 길고양이 밥 주기가 중단된다면 고양이들은 먹이를 찾아 인간의 영역으로 더욱 깊게 침범할 것이라고 캣챠는 지적한다. 또한 입양이 개개묘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정부 추산 30만 마리, 동물단체 추산 100만 마리에 달하는 길고양이를 전부 입양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캣챠는 생명이 고통 받을 것을 뻔히 알면서 너무나 쉽게 살처분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제안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보다는 '캣레인저'라는 개념으로 길고양이들을 바라보고 행동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아래는 백수진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지금 논란이 되는 '길고양이 문제'가 인간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존하는 생태계의 모든 문제에는 당연히 인간의 책임이 크다. 생태계 질서는 수많은 종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여기에 인간이 자꾸만 변수를 만들면서 예측하지 못한 문제들이 튀어 나온다. 길고양이의 소동물 사냥이 문제로 인식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캣챠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일 자체가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책임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캣챠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은 '캣레인저'라고 칭하는데, 어떤 뜻이 있나.
자연, 산림, 공원을 지키는 순찰대, 관리원을 레인저라고 부른다. 캣챠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분들이 하시는 일들이 레인저라는 용어와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캣챠는 캣맘, 캣대디라는 표현 대신 캣레인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캣레인저가 먹이를 주는 것 말고 또 어떤 활동을 하는가.
레인저는 드러나는 것보다 많은 일을 한다. 자신이 먹여 살리는 개체의 수와 특성을 파악하고 그 구역에 나타나는 새로운 고양이를 인지해 때가 되면 중성화 수술을 시킨다. 생존이 어려운 개체는 부지런히 홍보해 입양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 활동을 해야 '책임감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밥을 주며 겨울에 숨을 집을 챙겨주고 아픈 개체를 구조해 병원에 데려가기도 하겠지만, 누군가는 간신히 밥만 챙겨줄 수도 있다. 레인저는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사람이 아니라 길고양이의 생명을 존중하기 때문에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캣레인저들은 어떤 자세로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지 궁금하다.
레인저는 인간이 아닌 고양이의 기준에서 생각한다. 레인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성실함인 것 같다. 고양이 입장에서 말한다면 '예측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며 시간 개념이 확실한 편이기 때문에 고양이 밥을 주기 시작한다는 것은 그 영역에서 활동하는 개체들과 지속적으로 연을 맺겠다는 약속과 같다. '이 시간, 이 장소에 오면 걱정 없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확신이 고양이에게 생길 때, 그만큼의 질서도 함께 생겨난다. 밥이나 간식을 챙겨주는 행동이 고양이들의 일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인식, 그리고 한번 시작했다면 지속하는 책임감이 중요하다.
또한, 고양이와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사람 손을 과하게 타서 야생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줘야한다. 그냥 묵묵히 살아남아 또 밥을 먹으러 오는 것만으로도 모든 보답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고양이에게 나를 향한 각별함을 바라지 않는 무던함 또한 레인저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