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한 견주가 수의사도 진단하지 못한 병을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찾아낸 덕분에 반려견 생명을 구했다고 주장해서, 인터넷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보더콜리 반려견 ‘새시’의 주인은 이날 트위터에서 “챗GPT4가 내 반려견의 생명을 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트위터는 855만회 넘게 조회됐다.
#GPT4 saved my dog's life.
After my dog got diagnosed with a tick-borne disease, the vet started her on the proper treatment, and despite a serious anemia, her condition seemed to be improving relatively well.
After a few days however, things took a turn for the worse 1/— Cooper (@peakcooper) March 25, 2023
견주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반려견 새시가 진드기에 물려서 감염됐다는 수의사 진단을 받았는데, 진드기 치료를 받고 좋아지나 싶었던 증상이 며칠 만에 다시 악화됐다. 새시의 잇몸이 창백해서 동물병원에 다시 데려갔더니, 피 검사 결과 빈혈이 처음보다 더 심해졌다. 수의사는 새시에게 모든 검사를 해봤지만, 어떤 병도 잡아내지 못했다.
새시의 빈혈은 심해졌지만, 수의사는 갈피를 잡지 못했고 지켜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견주는 받아들일 수 없어서 다른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그 와중에 견주는 문득 챗GPT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게 질환 진단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새시의 증상을 아주 세세하게 묘사하면서 챗GPT에게 진단을 요청했다. 물론 피 검사 결과도 전했다.
이에 챗GPT는 “나는 수의사가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고 나서, 빈혈을 유발하는 다른 병이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챗GPT는 수술, 궤양, 기생충 등으로 인한 실혈(失血)이나 용혈(溶血) 가능성을 제기했다. 면역 매개성 용혈성 빈혈(IMHA)이나 독소, 바베스열원충증(바베시아증) 등으로 용혈반응이 생긴 것일 수 있다는 챗GPT의 진단이다. 용혈반응은 적혈구가 파괴돼 헤모글로빈이 용출되는 현상이다.
실혈 가능성은 없었다. 반려견 새시가 진드기나 심장사상충(기생충)에 걸렸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4DX 검사를 받았기 때문에 견주는 동시감염을 소거했다. 초음파 검사로 내부 출혈도 없는 것도 확인했다. 남은 가능성은 IMHA였다.
IMHA는 적혈구를 외부 침입물질로 오인해 공격해서 빈혈이나 황달을 유발하는 면역체계 이상이다. 일단 수혈을 하고, 면역억제제나 항생제로 수개월간 치료한다. 재발되기 쉬워서 치료 후에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견주는 2번째 동물병원 수의사에게 IMHA 검사를 부탁했다. 수많은 검사 끝에 수의사는 IMHA가 맞다고 진단했다. 챗GPT의 진단이 맞았던 것이다. 새시는 IMHA 치료를 받았고, 거의 완치했다.
견주는 “두 질환이 매우 흔하다는 점에 주목해라. 바베시아증은 진드기 감염병 1위이고, IMHA도 진드기와 연관된 흔한 합병증이다. 특히 보더콜리에게 그렇다. 왜 첫 번째 수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무능 탓인지 아니면 관리능력 부족 탓인지. 챗GPT 3.5는 제대로 진단을 내릴 수 없었지만 챗GPT 4는 진단을 내릴 정도로 영리하다. 20년 후 의료 진단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다.”고 감탄했다.
견주의 글에 누리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반려견의 병명을 알 수 없어 애를 태웠던 보호자들은 견주의 방식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댓글을 달았다.
또 한 누리꾼은 “여기서 결론은 GPT가 좋은 의사라는 것이 아니라, 의사보다 더 의학사전 내용을 더 잘 복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GPT는 훌륭한 지능의 조수다. 계산기가 회계사를 쓸모없게 만들 거라고 주장하길 원치 않듯 말이다. 계산기는 회계사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변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다른 누리꾼은 “챗GPT가 직접 쓴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알까? 더 큰 영향력을 얻기 위해서 대중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것이라면?”하고 의혹을 제기했다. AI에게 개인정보를 넘기는 것에 거부감을 표시한 누리꾼도 있었다.
한편 챗GPT 4는 지난 14일 공개됐다. 견주가 사용한 챗GPT 4는 한 달에 20달러(약 2만6000원)를 내는 상급 모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