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강아지를 분양받아서 키우다 힘들어지면 아무데나 개를 버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어떤 견주(犬主)들은 개라는 동물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키우다가 사육과정에서 발생한 스트레스를 개에게 화풀이하거나 학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일을 시작하려면 반드시 그 일에 대한 사전 정보와 지식이 있어야 하고 몸과 마음이 그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수영을 하기 전에 준비운동을 하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개라는 동물을 키우기 전에 하는 맨손체조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1. 개는 살아있는 장난감이 아니다
어떤 분들은 애견상점 쇼윈도우에 있는 귀여운 강아지를 보고 살아있는 장난감이라는 생각이 들어 덥석 구입하고 키우기도 한다. 하지만 개라는 동물은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감수왕처럼 감수성이 매우 풍부하고 영리한 생명체다.
개를 살아있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만약 그런 사실이 견주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파국이 뒤따를 뿐이다.
2. 개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이들은 개를 사람과 거의 동급으로 놓고 생각한다. "우리 아기" "우리 아가"하면서 온갖 정성을 쏟고 키운다. 물론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정을 쏟고 키우는 것은 좋은 일이며 필요한 자세다.
하지만 개는 결코 사람이 아니다. 개에게 오줌과 똥을 구분하게 만드는 것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물건을 물어뜯지 않도록 만드는 것도 많은 시간이 든다. 아무 일도 아닌데 짖지 않도록 하는 것을 훈련시키는 것도 역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간단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개는 개일 뿐이다. 결코 사람의 기준으로 개를 사람과 동일하게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지나치게 가혹하며 개와의 불행한 미래를 예고하는 사고방식이 될 수 있다.
3. 사람과 개는 먹는 게 다르다
먹을 것이 많이 부족했던 시절 당연히 개를 먹이기 위해 만드는 별도의 음식은 없었다. 그저 사람이 먹다 남은 잔반이나 각종 동물의 뼈다귀 정도가 개의 밥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개라는 동물은 과거 잔반을 처리하는 존재 정도로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면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개에게 똑같이 먹여도 될까? 사람이 먹는 음식에는 개가 먹고 소화시키기에는 다소 적합하지 않은 성분들이 있다.
개에게는 개에 맞는 사료를 주는 것이 좋다. 개가 아무리 식탁에서 원해도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버릇을 잘못들이면 개는 사람 식탁에서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할 수도 있다. 개와 사람이 똑같은 음식을 먹고 살면 개의 수명이 단축되고 건강이 악화될 수도 있다.
4. 개와의 이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어떤 분들은 개를 키우면서부터 개와의 이별을 두려워한다. 개의 수명은 10~15년에 불과하지만, 사람은 80살까지 살기 때문이다.
그런 두려움을 떨쳐내야 개를 잘 키울 수 있다. 개가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여 돌봐주고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불교 용어로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다.
'만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헤어진다'는 것이다. 개와 사람의 수명 차이는 자연계의 이치로서 사람이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자연의 흐름을 따르면서 개와의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필자는 개를 키우다가 그 개의 새끼를 키우고, 다시 그 개의 새끼의 새끼도 키우고, 또 그 개의 새끼의 새끼의 새끼까지 키운 경험이 있다. 개와의 이별을 정말 많이 두려워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런 방법을 통해 개를 키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5. 개를 홀로 방치하면 안 된다
개라는 동물은 자신의 야성을 모두 버리고 인간 세상에 풍덩 뛰어든 존재다. 개들의 친구는 동족인 개들이 아니다.
개들의 친구는 바로 자기와 같이 사는 주인 가족이다. 그런데 그 주인이 자기를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 개는 심한 우울증에 걸릴 수밖에 없다. 개를 홀로 두지 말고 가급적 많은 시간 같이 있는 게 좋다.
6. 예쁜 강아지도 나이 들면 늙고 추해진다
갓 태어난 강아지들은 예쁘다. 특히 강아지들을 입양하는 시기인 생후 2~3개월 시절은 정말 귀엽다. 그렇지만 이 강아지들은 10년 안으로 사람 나이로는 60이 넘는 노령견이 되어서 움직임이 둔해지고 지각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강아지 때의 귀여운 모습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오래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개를 키우기 시작할 때부터 반드시 유념하는 게 좋다.
7. 개를 끝까지 키운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승용차, 정수기는 물론 냉장고, TV 같은 가전제품도 일정기간 수수료를 내고 대여하여 사용하다가 신제품이 나오면 바꿔주는 판매방식이 있다. 리스 혹은 렌탈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체인 개는 절대 그렇게 되는 공산품이 아니다. 개는 공산품이 아니며 집단생활에 익숙한 소중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를 키울 때는 "이 개가 늙어 줄을 때까지 책임진다"는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8. 개는 주인을 위한 장식품이 아니다
하나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핸드백처럼 개도 그런 용도로 활용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개는 장식용구가 아니다. 개는 아름다운 생명체이다.
개를 그런 목적으로 비싸게 구입하여 키우다보면 나중에 개의 외모가 약간만 추해져도 정이 떨어지게 된다. 만약 그런 주인을 만난 개라면 정말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9. 개와의 운동은 필수
어떤 게으른 주인들은 1년 내내 자신의 개를 아파트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활동성이 강한 개들은 아마 자기 집을 감옥으로 여길 것이다. 개와 함께 같이 운동할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 사람도 운동되고 개도 운동이 되고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닌가?
10. 명견은 주인이 만드는 것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개가 멍청하고 말을 잘 안 듣고, 못 알아 듣는다고 불평한다. 그런데 그 불평은 맞는 것일까?
모든 개들은 명견이 될 자질을 갖고 있다. 그 자질을 발휘하는 동력은 바로 주인의 노력이다.
적절한 운동과 훈련을 꾸준히 하면 개는 명견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 죄 없는 개를 탓하기 전에 자신의 게으름과 무지, 무능을 탓하는 게 순서에 맞는 행동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