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혈견 문제제기에 공혈사업 사실상 중단
서울대동물병원·백산동물병원 등 헌혈프로그램 가동
'생명이 중요..관심을'
백산동물병원 홈페이지 캡처 |
하정우 감독·주연의 영화 허삼관을 보면 어려웠던 시절의 매혈 이야기가 나온다. 10년 넘게 애지중지 키워왔던 장남이 친자식이 아님을 알고 방황하던 중 쓰러진 장남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피를 판다는 내용이다.
올 하반기 공혈견이 반려동물 업계에서 이슈가 됐다. 개나 고양이 역시 사고나 병 때문에 수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공혈견에 의한 사실상 매혈로써 이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런데 농장과 같은 곳에서 채혈용으로 살아가는 공혈견에 대한 복지 혹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관리체계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서의 문제 제기는 공혈의 중단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공혈견에 이어 공혈묘 문제도 불거졌다.
동물 헌혈은 여전히 필요한 상황.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일부 동물병원에서 일반 보호자들의 참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대 동물병원이 최근 동물헌혈프로그램을 시작했다.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은 최근 헌혈프로그램을 재가동했다. 수 년전 건국대학교 동물병원 등과 함께 헌혈프로그램을 했다가 지지부진해진 것을 다시 시작한 것.
최근 공혈견 이슈가 기폭제가 됐다. 또 공혈견 문제로 동물 헌혈에 대한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서울대 동물병원은 개와 고양이를 대상으로 헌혈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개의 경우 2~8세령의 25kg 이상의 조건을 가진 개체 중 정기적인 전염병 예방접종 및 심장사상충 예방을 실시하고 있으면 된다. 고양이는 1~7세령의 4kg 이상의 조건을 갖추고 마찬가지로 예방접종과 심장사상충 예방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면 가능하다. 헌혈 간격은 기본 3개월이다.
헌혈에 참여하는 동물에게는 ▲헌혈 전 건강검진 ▲헌혈 후 영양식, 철분제, 심장사상충 예방약 제공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고양이 진료로 유명한 백산동물병원은 지난달 고양이 헌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백산동물병원은 특히 B형 혈액형 네트워크 구축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양이가 갖고 있는 혈액은 A, B, AB형 등 3가지. 그런데 90% 가까이가 A형으로 구하기 힘든 B형 혈액 부족으로 눈앞에서 떠나 보내야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백산동물병원은 나이는 1~6세, 체중은 5kg 이상에 예방접과 구충 등의 조건을 갖춘 고양이를 대상으로 헌혈묘를 모집하고 있다. 헌혈을 하면서 혈액형검사, 심화혈액검사, 신체검사 등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백산동물병원은 "대다수의 동물병원에서 개나 고양이의 혈액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어려운 사람에게 돈을 기부하는 것처럼 생명이 위험한 반려동물에게도 혈액을 나눔해 달라"고 호소했다.
반려동물 수가 늘면서 수혈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일부 병원의 움직임은 작지만 자발적이며 학대 논란도 피해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간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