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묘목 농원 주인이 묘목을 훔친 범인을 현장에서 붙잡았는데, 유칼립투스 묘목을 과식하고 그 자리에서 잠든 코알라였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오스트레일리아 ABC뉴스에 따르면, 험프리 헤링턴은 뉴사우스웨일스 주(州) 북부 사우스 건더림바에서 묘목 농원 ‘이스턴 포레스트 너서리’를 운영하면서, 몇 달 전부터 유칼립투스 묘목을 도둑맞았다.
그는 “내 묘목이 물어뜯긴 것을 발견하고 아마도 주머니쥐가 그랬다고 생각했다. 매일 밤 몇 그루가 상하고, 몇 그루는 아예 없어졌다”고 말했다. 농장에서 도망친 염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헤링턴은 곧 범인을 붙잡았지만, 그의 추측은 모두 빗나갔다. 미스터리한 범인의 정체는 바로 코알라 ‘클로드’였다!
그는 “어느 날 아침 일하러 갔는데, 클로드가 묘목들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기둥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날 아침 묘목이 많이 없어진 걸로 봐서 전날 밤에 정말 배가 터지도록 먹은 것 같았다. 돌아가서 나무 위에 올라가기에는 너무 배부른 나머지” 거기 그대로 남은 것 같다고 짐작했다.
헤링턴은 수건으로 코알라를 생포해서, 묘목 농원에서 200~300m 떨어진 이웃의 방목장에 풀어줬다. 코알라는 나무 위로 올라갔고, 묘목 도둑질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큰 오산이었다. 그는 “이틀 정도 후에 클로드가 돌아왔다. 야간 방문을 계속 이어갔다”고 한숨을 쉬었다. 놀랍게도 코알라가 먹은 묘목은 수천 그루에 달해서, 6000호주달러(약 519만 원)의 피해를 입혔다.
결국 헤링턴은 코알라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삼각 말뚝을 박고 그물 울타리를 설치했다. 그물이 느슨해서 코알라가 타고 올라가기 힘들게 만들었다.
헤링턴은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코알라라는 게 믿을 수 없었다. 충격을 받은 동시에 약간 감명 깊었다. 나는 여기서 20년 남짓 있었지만, 전에 이런 일은 없었다. (코알라가) 먹을 게 부족해서 그런 걸까?”라고 반문했다.
모순되게도 코알라 클로드가 먹은 유칼립투스 묘목은 봄에 세계자연기금(WWF), 뱅갈로 코알라(Bangalow Koalas) 등 자연보호단체들이 코알라 서식지에 심을 나무들이었다. 두 단체는 오는 2025년까지 코알라 서식지에 50만 그루를 심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뱅갈로 코알라의 린다 스패로 회장은 내년에 뱅갈로 코알라가 심으려고 재배 중인 묘목을 피해줘서 클로드에게 “고맙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