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유기묘, 파양묘를 보호해 입양시켜 준다는 업체에 고양이를 맡겼는데, 하루 만에 입양됐다며 행방이 묘연해진 사건이 논란을 낳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고 있는 황 씨(이하 구조자)가 길고양이 '산이'를 구조한 것은 지난 6월 경북 성주에서였다. 당시 구조자는 뜨거운 날씨에 힘없이 홀로 방치된 산이를 보고 안타까워 집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기존에 키우고 있는 다른 고양이가 혈기 왕성한 산이 때문에 계속 스트레스를 받자, 어쩔 수 없이 산이를 다른 곳에 입양 보내기로 결심했다.
구조자는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는 A업체를 발견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A업체는 설명에 따르면 학대, 파양, 유기된 고양이의 보호부터 입양까지 도와주는 곳이다.
일도 바쁘고 여유가 없었던 구조자는 지난 3일, 20만 원의 비용을 내고 A업체에 산이를 맡겼다. 보호소도 수익이 있어야 유지가 될 것이고, 이후 산이의 중성화 비용을 미리 지불하는 셈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멍청한 생각"이었다는 구조자. 산이를 맡긴 뒤 마음이 불편해 다음날 바로 A업체에 방문했더니, 이미 지난밤 산이가 입양갔다는 답변을 받았다.
구조자는 "원래 코숏(코리안 숏헤어)은 빨리 입양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의아했다"며 "입양된 산이의 사진을 받고 싶다고 했더니 '못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조자는 "산이를 위탁할 때 계약서에 '면회 및 입양신청 시 입양 이후 30일 동안 정보 열람이 가능'하며, 입양자와 사진을 주고받을 의무가 있다는 부분이 명시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이의 소식을 받기 원한다면 추가 비용 20만 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구조자가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부분이 있어 서비스의 형식으로 산이가 입양을 가면 사진들을 보내주겠다고 구두상 협의했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수상한 점이 있었다는 구조자. 내부에는 작은 고양이들이 한 마리씩 케이지에 들어있는 등 마치 '펫샵'처럼 보였다고 했다. 다만 A업체는 본지와 연락에서 동물위탁관리업에 등록되어 있다고 말했다.
민간동물보호시설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민간동물보호시설의 명칭, 주소, 규모 등을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각 시설은 별도의 격리실과 사료 보관실, 진료실 등을 갖춰야 한다.
구조자는 "업체명에 보호소의 이름과 간판을 달고 고양이를 보호, 위탁, 입양해 주는 척 사람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신종 펫샵'으로 법률 위반 단속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산이는 정말 입양 간 걸까. 구조자는 산이가 유기됐을지도 모른다 싶어 주변을 수색하던 중, 인근 주민으로부터 "해당 펫샵이 생겨난 이후, 새끼 고양이가 태어날 시기가 아닌데도 이상하게 자묘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었다"는 말을 듣게 됐다.
구조자가 SNS에 이 사연을 올리자, A업체는 구조자의 계정을 차단하며 지금까지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수시로 바꾸고 있다. 구조자는 계속 업체 인근에서 산이의 흔적을 찾고 있고 있으며, A업체를 대상으로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A업체는 구조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입양된 것이 맞다"고 말했다.
계약서에 명시된 입양 이후 정보 열람에 대해서는 "추가 서비스"이므로 구조자가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행할 의무가 없으며, 무료로 제공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