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일과중에는 개와 고양이 밖에 볼 일이 없는 저로서는 특수동물은 늘 신기하고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특수동물을 볼 수 있을 때는 응급실 당직일 때 뿐인데요. 이번에는 지난 화에 이어 제가 당직때 직접 겪은 특수동물 진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호흡곤란 토끼

어느 날 응급실에서 주말 당직을 서는데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토끼가 내원했습니다. 환자가 토끼인 것을 확인하자마자 보호자에게 "죄송하지만 저희 병원은 개와 고양이를의 진료를 주로 보기 때문에 특수동물에 대해서는 특수동물과 소속 수의사가 아닌 이상 진료의 제한이 많다"고 안내를 드렸습니다. 보호자님께서는 이 시간에 여는 특수동물 병원도 없고 다른 곳에 가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고 합니다.
예전 학부때 토끼는 스트레스 받으면 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들었던게 문득 떠올라서 조심스럽게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흉수가 가득 차 있는게 보였습니다. 흉수를 뽑아줘야하는데 토끼는 정말 자신이 없어서 보호자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렸더니,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으니 시도라도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다행히도 토끼가 흉수를 뽑는 동안 잘 버텨줬고, 호흡이 개선돼 하루밤을 병원에서 잘 보내고 다음날 특수동물학과로 인계됐습니다. 저는 그 다음날 하루 종일 동기들에게 너희들 토끼 흉수 뽑아봤냐며 자랑했습니다.
#2. 새끼 미어캣
또 다른 주말 당직날, 그날 따라 아픈 동물이 유난히 많이 찾아와 유독 힘든 날이었습니다. 겨우 점심을 먹으려고 수저를 들었는데 멀리서 보호자 한 분이 울면서 들어오는게 보였습니다.
'오늘 밥먹긴 글렀구나' 생각하며 기다리는데 환자를 접수하고 들어온 다른 선생님이 전해주는 말이 미어캣이라고 합니다. 높은 곳에서 미어캣이 떨어진 이후로 걷지도 못하고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인데요. 우리는 미어캣을 볼 줄 모른다고 말씀드렸는데 마찬가지로 지금 받아주는 병원이 없으니 우선 봐달라 하십니다.
미어캣을 받아드는데 2개월밖에 안된 어린 미어캣입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울음소리를 내며 계속 울길래 보호자에게 "미어캣이 저희가 만지는게 많이 싫은가 봅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원래 이렇게 우는게 정상이라합니다.
급하게 아는 특수동물 수의사에게 연락해보았습니다. 미어캣은 지방이 적어서 낙상하며 비장이 파열되는 경우가 흔하다고해서 확인해보고 파열이 맞다면 수혈이 필요할 수 있으니 집에 혹시 형제 미어캣이 없는지를 확인해 보라고 합니다.
이 아이는 외동이었고, 다행히 파열은 아니었지만 기운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수액을 줘야하는데 300g의 새끼 미어캣이라 혈관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치 실과도 같은 혈관을 잡아서 수액을 놓고 밤새 잘 간호하고 특수동물의학과로 인계 했습니다.
이후 잘 회복해서 집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만나는 사람마다 미어캣 털이 부드럽다며 만져본 이야기를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 위 정보는 2025년 0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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