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수천 년 전 아라비아반도를 누볐던 멸종 치타의 비밀이 사우디아라비아 사막 아래 동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우디 국립야생동물센터(NCW)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및 환경(Communications Earth &Environment)'을 통해 북부 아라르(Arar) 인근 동굴에서 발견된 치타의 자연 미라와 유전자 분석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고 AP 등 주요 외신들이 16일 일제히 보도했다.

■ 동굴이 보존한 4,000년의 시간… "전례 없는 보존 상태"
이번 발견은 2022년부터 진행된 동굴 생태계 조사의 결실로, 연구팀은 총 5곳의 동굴에서 7구의 미라화된 치타와 54구의 골격 유해를 발굴했다.
탄소 연대 측정 결과, 가장 오래된 유골은 약 4,240년 전의 것이며, 미라 중 일부는 약 130~15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막 동굴의 극도로 건조한 기후와 일정한 온도가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여, 치타의 피부, 털, 발톱뿐만 아니라 눈 부위까지 '자연 미라' 상태로 완벽하게 보존되었다.
연구를 이끈 아흐마드 알-부그(Ahmed Boug) 박사는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 이렇게 정교하게 미라로 보존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며, 아라비아반도에서는 전례 없는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 유전자 분석의 반전: "아라비아는 치타 아종의 교차점이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치타의 유전자 지도다. 당초 학계에서는 아라비아반도에 '아시아치타'만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그러나 미라의 DNA를 분석한 결과, 가장 최근의 개체는 아시아치타와 일치했으나, 고대 개체들은 서북아프리카치타와 유전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음이 밝혀졌다.
이는 과거 아라비아반도가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생태적 통로였으며, 최소 두 종류 이상의 치타 아종이 이곳에서 번성했음을 시사한다.

■ '사막의 질주'가 돌아온다… 국가적 복원 사업 가속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번에 확보된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치타 재도입(Rewilding)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아시아치타는 이란 등에 10여 마리만 남은 극심한 멸종 위기종이지만, 이번 발견으로 서북아프리카치타 등 대체 가능한 유전적 대안을 찾았기 때문이다.
NCW는 치타가 수천 년간 이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해 살았다는 고고학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과거와 가장 유사한 야생 환경을 조성해 치타를 다시 자연으로 방사하는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