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천둥처럼 나무가 내게 왔다.”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를 누비며 나무를 만나고 기록해 온 나무 인문학자 고규홍은 자신의 삶에 나무가 찾아온 순간을 이렇게 말한다. 오랜 시간 나무를 좇아 살았지만 그에게 나무는 단순한 지적 흥미의 대상이 아닌 살아 있는 생명 그 자체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그 생명의 감각을 책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4년여의 집필 기간, 600여 건의 참조 문헌 그리고 지난 시간 동안 축적한 나무와 자연에 관한 지적·감각적 총체를 담아 완성한 『고규홍의 나무』는 4억 년 전 나무의 출현을 중심으로 생명의 탄생, 그리고 나무와 관계 맺으며 살아온 인류의 빅 히스토리를 집대성한 책이다.

사진=동아시아 제공
방대한 분야와 정보에도 불구하고 『고규홍의 나무』는 쉽고 재미있다. 지난 30여 년간 나무를 찾아 숱한 숲과 길을 지나며 나무와 사람을 두루 만나고 소통해 온 저자의 생동감 넘치는 글쓰기는 읽는 이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나무와 인간의 역사를 집대성한 이 책을 통해 이제 독자들은 저자가 건네는 나무와 자연에 대한 경이의 감각을 전달받고, 지구 4억 년의 빅 히스토리를 낯설고 어려운 과학 지식이 아니라 생명력의 충만으로 생생히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고규홍은 12년의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천둥처럼 나무가 내게 왔다”라고 밝힌 바 있다. 불현듯 마음에 다가온 나무는 그에게 단순히 지적 욕망을 자극하는 대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이었다. 그리고 지난 시간 나무를 좇아 활동하며 그는 우리 인류가 이제 생명을 바라보는 방식에 있어 근원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구의 탄생부터 나무와 인간의 역사를 좇는 『고규홍의 나무』를 쓴 이유 역시 나무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장구한 시간 속에서 인류와 공생해 온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로 바라보게 하기 위함이다. 책은 호모 사피엔스가 45억 년에 걸친 지구의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생명체가 상호작용해 이루어진 생명 역사의 결과”이며 “사실상 지구 생태계에 지금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막내에 불과”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리고 생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우리의 위치와 나무의 관계를 진정으로 되짚어 보기를 권한다.
책에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양각색 나무에 얽힌 진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버섯으로 그 크기가 300만 평에 달하는 미국 멀루어 국립공원의 잣뽕나무버섯, 5,000년을 살아남은 브리슬콘소나무, 3만 년 만에 꽃을 피워낸 실레네 스테노필라 씨앗, 현존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 제너럴 셔먼 트리, 시취를 뿜어내며 3.7미터 높이의 거대한 꽃을 피우는 타이탄 아룸, 꽃과 나무의 놀라운 생존 전략과 협업, 씨앗의 영구 보전 시설인 국내외 시드볼트, 우리나라와 세계의 유명한 수목원과 식물원에 대한 기록, 그 외 저자가 직접 만난 국내 천연기념물, 지방기념물, 보호수 등 나무와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이처럼 『고규홍의 나무』는 저자가 일생을 바쳐 축적한 지적 총체가 낱낱이 기록된 나무 백과이자 자연과 생태를 다채롭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감각적 경험담이기도 하다. 나무를 알고 인간과 자연의 감각을 배우려는 이들에게 책은 필독서 목록에 오르기에 충분할 것이다.
*고규홍 (Goh Kyu Hong,高圭弘)
이 땅의 나무들이 품고 있는 삶과 역사의 이야기를 찾아 기록하고 전하는 나무 칼럼니스트이자 나무 인문학자다.
인천에서 태어나 송도고등학교와 서강대학교를 졸업했다. 중앙일보에서 12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고, 1999년에 나무를 찾아 떠났다. 방방곡곡 누비며, 사람들의 곁을 묵묵히 지켜온 노거수와 특별한 나무들의 생애와 그 안에 깃든 인문학적 가치를 기록해 왔다.
<고규홍 저 | 동아시아 | 2026년 03월 30일 | 정가 6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