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동물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털과 가죽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털이 부족하고 가죽이 얇은 편에 속하는 사람들은 다른 포유동물들의 털이나 가죽을 벗겨서 옷이나 모자, 장갑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사실 이번 겨울 필자의 출퇴근길 추위를 막아준 코트는 양의 털로 만든 것이며, 손에 낀 장갑도 양의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사실을 보면 사람이라는 동물은 다른 동물에게 무임승차한다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 포유동물의 털이나 가죽은 추위를 극복하는 것 외에도 비밀스럽고 특수한 임무도 가지고 있다. 바로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털이나 가죽은 해당 동물에게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천적이나 자신이 먹어야 하는 먹잇감의 눈에 띄지 말게 하는 임무가 숨어 있는 것이다.
만약 천적의 눈에 털이나 가죽이 너무 눈에 잘 띄게 되면 그 동물은 자연계에서 계속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그 결과 해당 동물은 자연 생태계에서 천적에 의해 퇴출되고 말 것이며, 종족 자체도 영속적인 번식이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특정 사냥꾼이 먹잇감의 눈에 지나치게 잘 띄어서도 안 된다. 만약 먹잇감들이 사냥꾼의 존재를 너무 쉽게 알아차린다면 그 동물은 굶어죽고 말 것이다.
몇 년 전 과천에서 만난 길고양이는 그런 의미에서 지속적인 생존 능력이 충분해 보였다. 완벽한 보호색을 가진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수풀 사이에 숨어 있는 그 길고양이는 사람이 자세히 살펴보기 전까지는 존재 자체를 알아보기 매우 어려웠다. 그야말로 완벽한 위장술이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아래 사진을 보고 금방 고양이의 위치를 알아채시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은 숨은그림찾기 분야의 동물적 감각이 있는 분이다. 길고양이는 이런 완벽한 위장술 덕분에 먹잇감을 제압하고, 천적들의 위협에서도 번성하고 있는 것 같다.
연이은 필자의 카메라 셔터 소리 때문에 그 길고양이는 수풀에서 나왔다. 아래 사진을 보면 길고양이가 얼마나 완벽한 위장술의 달인인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