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남편과 나, 고등학생 사내녀석, 초등학교 6학년 공주님, 그리고 6살난 중년의 요크셔테리어, 이렇게 다섯이서 산다.
아직도 마무리가 안 된 그 사고는 일주일 전 쯤 발생했다. 우리 부부는 외출을 하고 집에는 사내녀석과 공주님, 그리고 요키가 있었다.
"엄마, 큰 일 났어!" 밖에 있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딸아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지? 불이라도 났나.'
핸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딸아이의 정신없는 설명에 기가 딱 막혔다.
그 전화를 받고 집에 돌아왔다. 이미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바닥에는 이물질이 넓게 퍼져 말라 붙어 있었고, 코를 잡게 만드는 냄새가 집안에 여전했다.
그랬다. 두 아이가 각자 방에 들어가 있는 사이 로봇청소기는 여느 때처럼 능숙하게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그때 요키 녀석이 거실 마루에 응가를 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응가를 로봇청소기가 밀어 버린 거였다.
아뿔싸! 하필 애들이 방에 들어가 있는 사이, 그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사실 전에도 이런 대형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다행히 로봇청소기가 응가를 뭉개기 직전 발견해서 별탈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설마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겠느냐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이들까지 집안에 있었으니. 그런데 이런 방심(?) 혹은 불운이 제대로 사고를 만들어 놨다.
요키를 탓해야 하는 것인지, 열심히 일한 로봇청소기에 뭐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요키와 로봇청소기를 오붓하게 남겨두고 방에서 열심히 공부한 아이들을 혼내야 하는 것인지.
강아지가 로봇청소기를 장난감으로 알고 올라타거나 혹은 물어뜯고 해서 망가지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은 충분히 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응가를 뭉개고 다니는 예상 밖의 사고란..
아직 로봇청소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다.
먼지 흡입구를 닦아 다시 써보려 했지만 상태가 매우 심각했다.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들어간 것 같았다. 사실 손을 대는 것조차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이런 사고도 A/S가 될까. 아마도 로봇청소기를 내다 버려야 할 것 같다.
로봇청소기를 새로 마련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때는 알파고 보다는 못해도 응가 정도는 피해 다닐 줄 아는 녀석으로 골라야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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