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마루 다리에 뭐가 났어요.” 마루는 1살 된 슈나우저 이다. 보호자의 말에 따르면 마루가 자꾸 앞다리를 핥길래 봤더니 뭐가 나있어서 병원에 왔다는 것이다.
침으로 젖은 부분을 보니 빨갛고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부분이 보였고 주변은 진물로 지저분해져 있었다. 염증인지 혹인지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세침흡인검사(FNA, Fine Needle Aspiration)를 해봤다.
세침흡인검사는 주사기 바늘로 조직 안의 세포를 채취해서 염색한 후 현미경으로 보는 검사법으로 피부나 장기에 비정상적인 덩어리가 있을 때 염증인지 혹인지, 혹이라면 양성인지 악성인지를 대략적으로 판단하는 검사이다.
검사 결과 조직구종(histiocytoma)이라는 양성종양이 의심되었다. 종양이라는 단어에 놀란 보호자는 이제 한 살 밖에 안된 어린 강아지에게 무슨 일이냐며 놀랐다.
조직구종은 2살 령 이하의 어린 강아지에게 다발하는 피부의 양성종양 즉 단순 혹이다. 대개 탈모를 동반한 분홍색 또는 붉은 색의 단독 병변으로 나타나며 작은 돔 모양 또는 버튼 모양을 하고 있다. 몸의 어느 부분에도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머리나 귀 그리고 다리 부분에 나타나며 빠르게 자라서 궤양화 되는 경우가 많다.
조직구종의 재미있는 특징 중 하나는 3개월 이내에 자연적으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바로 수술로서 제거하지 않고 지켜봐도 괜찮다. 하지만 마루의 경우처럼 계속 핥아서 염증이 생기거나 궤양으로 발전한다면 수술적 제거를 추천하기도 한다.
수술적 제거를 통해 조직검사를 보내면 확실히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입 주변이나 귓바퀴 등 수술적 제거가 어려운 부위는 세포흡인검사를 통해서도 거의 확진 할 수 있다.
수의학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수의사를 절망케 하는 많은 난치성 질환이 있다. 이런 실정에서 스스로 조용히 사라지는 착한(?) 혹이 있다는 사실에 작은 위로를 받아본다.
'김진희의 심쿵심쿵'이 우리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칼럼을 진행하는 김진희 수의사는 2007년부터 임상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어린 반려동물 진료 분야의 베테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