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이 정체 상태에 빠진 가운데 동물약국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약국들이 발빠르게 동물의약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동물병원과 약국간 대립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전국의 동물약국수는 3305개로 2012년 말 734개에서 채 3년도 되지 않아 2571개, 350% 폭증했다.
2011년 이후 전국의 약국 수가 2만1000개 안팎에서 유지되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011년 전국 약국수는 2만1079개였고 지난해 2만1267개로 동물약국 증가에 비하면 변화는 크지 않았다.
근 1년이 지난 현재는 더욱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약국은 일반약국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간단한 등록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개설이 가능하다.
즉, 동물약사 자격증 자체가 없으며 대학에도 관련학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존 약국이 동물약품을 취급품목에 추가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동물약국은 2013년 8월 동물용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수의사 처방제가 시행된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당시 항생제와 호르몬제 등 97개 성분 1100여 품목이 처방제 적용대상으로 지정됐다.
이외 오남용 우려가 없는 동물용의약품은 동물약국에서 특별한 제한없이 팔 수 있다. 경쟁이 심해진 약국들은 취급이 손쉬운 동물약품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특히 동물약품 시장은 지난 2010년 5445억원에서 지난해 6540억원(농림축산식품부 동물약품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으로 연평균 3.7%의 증가세를 타고 있다.
최근 들어 반려동물 인구가 늘고 반려동물은 노령화되면서 반려동물용약품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동물약국이 늘면서 동물병원과 동물약국 간 대립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 1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제한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심장사상충약은 그 한 예라 할 수 있다.
수의사 처방제 시행 직후인 2013년 10월 대한약사회는 심장사상충약 조에티스와 바이엘코리아, 메리알코리아 등 심장사상충약 메이저 3사를 약국에 제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정위에 고발했다.
메이저 3사의 심장사상충약은 여전히 동물병원에서만 판다.
그렇다고 해서 동물병원만이 동물병원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만도 아니다.
현재 동물병원들은 처방약의 경우 동물약국을 통해 약품을 공급받게끔 돼 있다. 동물약품에 대해 더 모르는 약사들한테 전문가인 수의사들이 약품을 공급받고 있는 것이다.
도매상에서 직접 구매할 경우 약품값은 그만큼 내려갈 여지가 있다. 하지만 중간에 불필요한 약국을 끼고 있어 그만큼 가격에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대한수의사회는 19대 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약사단체의 반발에 막혀 사실상 실패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수의사회는 단 한 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반면 약사는 4명의 국회의원들을 탄생시켰다.
동물병원과 약국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유통구조만 바꿔도 보호자들은 동물약품을 지금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