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느 봄 날 아이들과 함께 서울대공원에 가서 사자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큰 아들이 어디서 들었는지 전혀 엉뚱한 질문을 하였다.
"아빠, 사자는 왜 코끼리 똥을 좋아해요?"
예상치 못한 아이의 돌발 질문에 당시 즉답을 하지 못해 아빠의 체면에 구김이 가고 말았다. 그래서 귀가 후 인터넷과 서적을 뒤져 보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아내었다. 과연 사자는 왜 남의 똥에 흥분을 할까?
2003년 양승완 선생님이 쓴 ‘사자는 코끼리 똥을 좋아해(출판사: 사회평론)라는 책에는 "사자가 사냥을 할 때 자신의 체취(體臭)를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초식동물인 코끼리의 똥을 몸에 바른다."고 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사자들의 이런 행동은 자신의 체취를 없애기 위한 일종의 위장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육군 병장 출신으로 군대 생활을 할 때 작전에 투입되면 얼굴에 초록색 위장 크레용을 바르고 몸에 풀을 뽑아 붙인 적이 있다. 솔직히 제대한지 오래되어 무슨 훈련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자가 코끼리 똥을 몸에 바르는 것도 아마 이런 목적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실제 사파리나 동물원의 사자들이 힘이 없고 기력이 떨어지면 사육사들은 코끼리 똥을 구해다가 사자들에게 준다고 한다. 그러면 사자는 사육사가 준 코끼리 똥의 냄새를 맡고 그 위에서 뒹굴기도 하고, 어떤 녀석들은 ‘백수의 제왕’이라는 체면을 버리고 코끼리 똥을 직접 맛보는 시식하기까지도 한다.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자들의 이런 이상행동 때문에 “코끼리 똥에는 사자를 흥분시키는 물질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도나 동남아시아에 서식하는 아시아코끼리를 기준으로 코끼리는 하루에 200kg의 풀이나 나뭇잎을 먹고 이 중 100kg를 똥으로 배설한다. 정말 엄청나게 먹고 무지하게 많이 배설한다. 하루 배설하는 똥의 무게가 무려 0.1톤. 대단하다.
코끼리가 배설하는 똥을 보면 우선 엄청난 양에 놀라고 만다. 그러나 육식동물이나 양이나 염소와 같은 다른 초식동물들에 비해 냄새가 심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일부 아프리카 주민들은 코끼리의 똥을 주워 땔감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초가집 등의 외벽을 만드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바짝 말린 코끼리똥은 화력도 좋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말린 소똥도 장작 대신 사용된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코끼리의 똥으로 파피루스를 만들어 종이 대신 사용한다. 인도코끼리의 주요 서식처 중 하나인 스리랑카에서는 야생 코끼리 똥을 모아서 채로 걸러서 섬유질을 끓인 후 종이를 만들기도 한다.
코끼리의 똥으로 만든 종이는 카드, 수첩, 스케치북 등 다양한 문구류로 제작되어 주요 관광 상품으로도 판매된다. 코끼리 한 마리의 똥으로 하루에 신문지 크기 250장 정도의 종이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요즘 태국도 코끼리 똥 생산 국가 대열에 합류하여 관광 상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코끼리 똥의 위대함은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코끼리 똥의 유용성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인도 아래에 위치한 몰디브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를 파는 아난타라 리조트가 있다. ‘블랙 아이보리’라는 이 커피는 커피 원두 1kg가격이 1,100 달러(한화: 120만원)나 된다고 한다.
물론 이 커피는 사람이 먹기 전에 태국코끼리가 먼저 먹고 소화시키고 배설을 한 것을 먹는 것이다.
그 비싼 커피 맛의 비결은 코끼리가 커피 씨앗을 먹고 뱃속에서 소화시킬 때 코끼리 뱃속에 있는 효소가 커피의 단백질을 분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이 정도면 코끼리 똥은 동물들의 똥 중에서도 가장 유용한 똥이 아닌가 싶다.
(참고) 이 글은 양승완 선생님이 쓴 ‘사자는 코끼리 똥을 좋아해’(출판사: 사회평론)의 일부 내용을 참고하였음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