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상원사는 '적멸보궁'이다. 부처님의 진실 사리를 모신 사찰을 적멸보궁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절의 문수전 앞마당에는 고양이 석상 한 쌍이 있다. 무슨 연유로 절 안에 고양이 석상을 세워 놨을까.
그 이유는 이렇다. 조선왕조 일곱 번째 왕인 세조와 얽힌 이야기다.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가 상원사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세조가 문수전에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고양이 두 마리가 나타나 난리를 치며 세조의 입장을 방해했다고 한다. 세조는 결국 고양이의 방해(?)로 문수전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문수전 안에는 세조를 헤치려 한 자객이 숨어 있었다고 한다. 고양이 덕분에 생명을 구한 셈이다. 세조는 이에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고양이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석상을 세우게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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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사진제공 : 이야기경영연구소> |
세조의 오대산 행차는 역사적 사실이지만, 고양이와 관련된 얘기는 사실여부를 떠나 전설처럼 내려온다는 것이 상원사 관계사의 설명이다. 어쩌면 조카를 죽음으로 내몰면서 왕권을 빼앗은데 따른 민심의 이반을 되돌리려고 꾸며낸 얘기인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대부분의 절에 가면 중심이 되는 건물의 이름은 ‘대웅전’이다. 그런데 상원사는 대웅전이 아니라 ‘문수전’이라 부른다. 석가모니를 모신 절은 대웅전이라고 하고, 문수보살을 모신 절은 문수전이라고 부르는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