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마리가 모여 먹이를 먹고 있는 청둥오리들(부산) |
2013년 겨울, 필자는 안양에 있는 학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를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다리 아래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누구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심코 다래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다래 아래에 하천가에는 낯선 장면이 눈에 띄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오리 두 마리가 마치 애정 충만한 부부처럼 바로 옆에 붙어서 물 위에서 노닐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좌측에 있는 오리는 흰뺨검둥오리였고, 우측에 있는 오리는 청둥오리였다. 수도권 도심 한복판 하천에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오리를 보는 것도 신기했지만,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오리가 부부처럼, 연인처럼 딱 붙어 다니는 것은 더욱 신기한 일처럼 느껴졌다.
강가에 있는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 (학의천) |
필자는 주지하듯이 강아지를 전공으로 공부한 사람이어서 사실 조류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다른 종류의 오리가 짝을 지으면 새끼가 나올 수 있는지, 또한 그렇게 해서 야생 상태에서 태어난 오리들이 국내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물론 IT강국 대한민국에서는 인터넷을 검색하면 불가능한 일은 없는 법이다. 인터넷 검색을 조금하였더니 새의 생태를 연구하는 탐조가들이 촬영한 독특한 사진들이 보였다. 다른 종류의 오리들이 야생에서 짝을 이뤄 만든 이른바 ‘잡종 오리’들의 모습이었다.
그제야 궁금증이 풀린 것 같았다. 학의천 다리 위에서 바라본 두 종류의 오리는 엄연한 ‘부부 오리’ 또는 ‘연인 오리’였던 것이다.
하천에서 혼자 있는 흰뺨검둥오리 (인천 갯골수로) |
사실 오리들의 입장에서는 흰뺨검둥오리나 청둥오리는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오리일 것이지만 사람은 그 오리들을 구분하고,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그 오리들이 서로 많이 달라서 짝을 짓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자연에 무지한 필자 같은 인간들이 빠지기 쉬운 과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도도함을 인간의 얕은 지식으로 어떻게 이해하고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