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숍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데려왔다.
숍에서는 건강했던 혹은 건강하다던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
접종도 다 했다고 했는데.
낯설어서 그러겠지. 숍에서는 지켜보라 한다.
하루이틀. 도저히 안되겠다.
병원에 가보니 이미 늦었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한다.
[김민정 일본 통신원] 펫숍 분양 때문에 벌어지는 흔한 소비자 불만의 하나다.
그런데 펫숍이 산업으로 체계화된 일본도 이런 사정은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펫숍의 사기성 판매보다는 상품으로 취급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국민생활센터에 접수된 펫숍 분양 동물 관련 상담건수는 1308건으로 전년보다 5% 늘었다.
지난 2006년 이후 불만 상담이 크게 줄어들거나 늘지도 않은채 지속적이다.
대부분은 "사 왔는데 병이 들어 있었다" 등 펫의 건강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선천적 이상인 두부경추접합부 이상(CJA). 수두증과 두개골 형성부전 등이 발병해 치료할 방법 없음.' 대학부속 동물병원의 수의사로 부터 이런 말을 들은 한 여성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2014년 5월 전국에 90개 점포를 운영하는 대형 펫체인점에서 몇 번을 망설이다 약 30만엔에 구입한 수컷 치와와. 집에 데려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선천성 질환이 밝혀졌다.
이제 2살. 하루 종일 케이지 속에서 살아야 하고, 12시간 간격으로 약을 먹여야 하고 치료비의 부담도 크다. 펫숍에 불만을 제기했더니 환불해주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생명을 그렇게 여길 수는 없다면서 거절했다.
사이타마에 사는 한 남성, 2014년 수컷 러시안블루를 구입해 시내의 동물병원 발행의 건강진단서도 함께 받았다. 13개 항목 모두 이상없음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그런데 구입 당일 근처 동물병원에 데려가니 '가슴 중앙부 함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거의 선천성이며 심해지면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병이다.
펫숍에서는 같은 종류로 교환해 준다고 했지만 납득할 수 없어 체인점 경영자의 사죄를 요구했으나 '재판해도 상관 없다'는 답을 받았다.
오사카시에 사는 한 남성은 구입한 암컷 파피용에게서 선천성 심장병인 '동맥관개존증'(PDA)이 발견됐다.
특징적인 심잡음이 발생하므로 청진 만으로 쉽게 발견되는 병이다. 펫 숍에서는 제휴 동물병원에서 모두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환불해 줬다.
이 남성은 이에 그치지 않고 2012년 수술비 등 약 50만엔의 배상을 요구하며 소견서를 써준 동물병원을 제소했다.
아사히신문의 인터뷰에 응한 유전병 전문 수의사는 "인간의 취향에 맞춰 소형화된 신종을 만들기 위해 교배합을 반복하다보니 선천성 질환이 생겨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건강한 개와 고양이를 키워내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인데 현실은 보기에 귀여운 것만 선호돼 무리한 번식이 행해지고 있다"며 "대량 판매 현장에서는 간단한 건강체크만 행해질 뿐이어서 질환을 앓고 있는 개, 고양이는 전부 다 이상없으로 통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병든 펫은 움직임이 적어 '얌전하다'는 걸 강조해 판매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라면 파보 바이러스 등 위생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일본은 유전병 문제가 상당하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위생 관련 질환 때문에 유전 관련 질환은 아직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게 맞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