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켜 놨구요. 물도 있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어요."
최근 영국의 한 차 주인이 개를 자동차 안에 놓고 볼일을 보러 가면서 붙여 놓은 쪽지의 내용이다.
차 안에 방치돼 열사병 위기에 몰린 개들을 구하기 위해 차창을 깨는 일이 자주 일어나자 주인이 이런 쪽지를 붙여 놨다.
잠시 볼일은 봐야하는데 개나 고양이를 맡겨 놓기가 곤란한 상황이 꽤나 많다. 이 때문에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차문을 닫고 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전문가들은 차 안에 반려동물을 두는 것은 아이를 차 안에 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체온이 높고 체온조절기능이 취약하며 체구도 작아 더 위험하다.
지난해 6월 영국에서는 주인이 쇼핑에 간 사이 차 안에서 4시간 동안 방치됐던 개가 끝내 숨진 일이 발생, 공분을 샀다.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차창을 깨고, 응급조치로 물을 뿌려 줬지만 내출혈을 일으켰고, 3시간에 걸친 수술도 소용이 없었다.
미국동물병원협회(AAHA)에 따르면 외부 기온이 24도(화씨 75도)일 때 차안의 온도는 10분이 지나면 34.4도까지 상승한다. 이 상태에서 20분이 더 지나면 43도까지 치솟게 된다.
차내 방치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영국 동물보호단체 RSPCA 역시 비슷한 실험을 했다. 15℃인 차 안에 온도계를 두고, 차문을 모두 닫고 1시간 뒤에 다시 온도계를 확인했다. 차 안 온도는 43.5℃까지 치솟았다.
개와 고양이는 사람보다 체온이 높다. 개는 대략 37.5도, 고양이는 38.5도. 사람보다 더위에 더 취약하다. 추운 겨울이 아닌 여름에 더 사고가 잦은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처럼 이상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에는 20분도 채 안돼 차량 내 온도가 개와 고양이보다 더 높아진다. 이는 결국 열사병이나 심장마비 등의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둘 데가 마땅치 않아 차창을 조금 열고 개를 둔다. 그러면 개는 답답함에 낑낑댄다. 그 모습이 무척 안쓰럽지만 이것만이 차 안에 개를 둬서 안되는 이유는 아니다.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