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 온몸을 떨며 침을 흘리는 시츄 한 마리가 내원했다. 의식은 있었지만 체온은 40도가 넘어가고 신체 검사를 위해 다가가는 손도 물려고 하는 등 강하게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자의 상태가 힘들어 보며 우선 진정제를 투여하고 혈액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보호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외출하고 와 보니 버리려고 놔둔 어묵이 바닥에 널려 있었고 반려견이 바닥에 쓰러져 몸을 떨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식탐이 많아 살이 좀 찐 거 말고는 특별히 아픈 적도 별로 없었다는 보호자의 말에 혹시 어묵의 상태는 어땠는지 물었더니, 유통기한이 지나 곰팡이가 핀 상태였다는 것이었다.
곰팡이에 의한 중독이 강하게 의심됐다. 푸른 곰팡이로 알려져 있는 페니실리움 속(Penicillium spp.)에 해당되는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특정한 독소가 신경계에 독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곰팡이가 핀 음식물 또는 화분의 퇴비 등을 먹음으로써 감염되는데 소량만 섭취해도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경련 끝에 사망할 수도 있다. 섭취 후 빠르면 30분 또는 2~3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급성 복통, 근육 떨림, 침 흘림, 구토, 발열, 산동, 안구 진탕, 지각 과민 등의 증상을 보인다.
독소의 작용 시간은 수시간에서 길게는 3-4일 까지 지속될 수 있다. 치료 과정 중에 위 내에 음식물이 남아 있다면 구토를 유발시켜 추가적인 흡수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 곰팡이 독소에 대한 직접적인 해독제는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에 대한 처치가 주를 이루며 약물 처치에 반응이 없는 경우 수면을 유도하기도 한다.
곰팡이의 종류는 워낙 다양한데다 주변에 널려 있다. 페니실린이라는 유명한 항생제를 만들어 내는데 사용되는가 하면 인체에 감염되어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몇 달 전에는 국내 모 식품회사의 컵라면에서도 발견되는 바람에 소비자의 공분을 사기도 했고, 새로 뜯은 사료에 곰팡이가 피었다는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사실 신경계 독성 곰팡이 감염 증상은 흔한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세균, 곰팡이, 미세먼지, 화학물질 등 주변에 사람과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주의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진희의 심쿵심쿵'이 우리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칼럼을 진행하는 김진희 수의사는 2007년부터 임상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어린 반려동물 진료 분야의 베테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