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나 호랑이 같은 대형 고양잇과동물들은 개나 늑대 같은 개과동물과 달리 다리를 들고 영역 표시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서 오줌을 뒤로 갈겨 자신의 영역 표시를 한다. 만약 실제로 거대 맹수의 그런 광경을 보면 신기할 뿐이다.
2012년 봄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갔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제일 먼저 맹수들이 사는 맹수 우리를 방문하였다. 하지만 호랑이, 사자 같은 맹수들은 아이들의 기대를 아는지 모르는지 잠자기만 바빴다. 그냥 축축 늘어져서 볕 좋은 곳에서 잠을 청하였다.
그런데 그날 호랑이 한 마리가 돌발행동을 하였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필자 가족이 있는 우리 구석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이 아닌 항문과 생식기가 보이는 다소 민망한 뒷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곳에 약간 힘을 주다가 뭔가를 날렸다. 누런 오줌이었다. 적지 않은 양의 호랑이 오줌이 호랑이와 사람을 가로막는 투명 강화 아크릴판에 뿌려졌다.
호랑이의 이러한 행동은 전형적인 영역표시로‘여기부터는 내 땅이니까 들어오지 미시오.’라는 의사전달 행위다. 하지만 필자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호랑이가 “귀찮게 주위를 어슬렁거리지 말고, 이거나(오줌) 먹어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
만약 사람과 호랑이 사이에 아크릴판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필자의 온 몸에는 호랑이 오줌이 범벅되지 않았을까?
고양잇과동물의 오줌은 냄새가 심하기로 유명하다. 상상만 해도 비위가 상하는 것 같다. 물론 호랑이가 자신의 영역에 깊숙이 들어온 사람에게 그 정도로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고 당장 달려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그날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든 호랑이의 영역표시 행위를 보았고,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는 행운까지 누렸다. 이 정도 같으면 수지맞는 장사를 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행히 몸에 호랑이 오줌도 범벅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