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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특하다. 동물에 대해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늙은 동물들의 지혜와 삶을 다뤄냈다는 점에서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늙은 동물이 오랜 세월을 살며 풍부한 경험을 쌓은 덕에 무리의 생존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들어 나이든 코끼리의 지혜도 눈길을 끈다. 가뭄이 닥치면 늙은 코끼리는 40년 전에 갔던 수원지로 무리를 이끌고 가 모래를 퍼내 물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무리의 목숨을 구한다.
늙은 범고래는 휴식을 취할 장소나 연어가 다니는 길로 무리를 안내할 뿐 아니라 사냥 전략이나 이웃 고래 집단의 방언 등 평생 얻은 지식을 전수한다. 게다가 어미들이 물고기를 잡으러 깊은 물속으로 떠나면 대신 새끼를 돌보는 보모 노릇도 한다.
나이든 랑구르원숭이 암컷은 나이가 들어 지배력을 잃고도 무리를 지키기 위해 앞장서 싸운다. 그들은 어느 나무에 열매가 달리는지, 어디에 물이 있는지, 어느 밭의 경계가 삼엄한지 가장 잘 알기에 여전히 무리에서 존경받는다.
늙은 개코원숭이 수컷은 사람으로 치면 90세쯤 되는 나이에도 여전히 사랑을 한다. 유능한 어미임이 입증된 늙은 침팬지 암컷은 젊은 전성기 암컷보다 수컷이 더 따르고, 덩치 크고 엄니가 단단한 늙은 수코끼리는 미숙한 젊은 수컷을 제치고 발정기 암컷의 선택을 받는다.
이 책에 소개되는 상당수 정보는 불가피하게 일화적이다. 그래서 저자는 “한 동물의 행동이 그 종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없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등장하는 다채로운 일화 덕분에 독자들은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늙은 동물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옮긴이의 말처럼 “동물이 오히려 인간보다 슬기롭게 노년을 헤쳐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저자는 캐나다 워털루 대학의 교수다. ‘기린을 찾아서’, ‘기린에 반하다’등 다수의 동물관련 책을 저술해왔다.
글쓴이 앤 이니스 대그/ 옮긴이 노승영/ 출판 시대의 창/ 정가 1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