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신을 보면 특이한 뉴스 하나가 눈에 띈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개로 알려졌던 티베탄 마스티프(일명: 짱오)의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으로 치자면 삼성전자나 아모레퍼시픽 정도의 주가를 올리던 티베탄 마스티프의 처지가 왜 이렇게 변하고 말았을까? 이 사태는 중국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충분히 예상됐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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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탄 마스티프는 중국에서 수십 억원에 호가했지만 이제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신세가 됐다. 경제 성장 속에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싶어 했던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참사에 다름 아니다. |
매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경제에 대해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거품이 많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중국 경제의 대표적 거품이라면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버블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건물, 토지 같은 부동산뿐만 아니라 동산에서도 거품은 엄청나게 많이 끼어 있다. 일부 부호들은 자신들이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것에 대해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 사치를 즐기기도 한다.
사치의 바닥에는 사회적으로 만연한 부패가 깊은 관련이 있다. 부패가 성행하는 나라는 건전한 근로의욕이 저하되고, 사회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형성되어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중국 부호들의 사치품 중 하나가 바로 애완견이었다. 특히 돈을 주고 구하기 힘든 티베탄 마스티프는 그 견종에 대한 실용적 필요성 보다는 자신의 부에 대한 졸부적 과시 욕구, 권력층에 대한 뇌물 등의 용도로 수요가 급증했다. 그결과, 티베탄 마스티프 개 한 마리가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말도 안 되는 고가에 거래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개는 공산품과는 달리 수요가 있다고 해서 단기간 내 공장에서 찍어 낼 수 없다. 따라서 특정 종류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폭증하면, 가격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애견 시장의 고유한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그결과 중국에서 티베탄 마스티프의 가격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치솟고 말았다.
티베탄 마스티프를 포함한 고가 사치품에 대한 중국 갑부들의 수요도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이라는 불변의 진리에서 예외가 되지는 못지는 못했다. 부패 척결을 지상 과제로 삼은 중국 사정당국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국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최근 한 끼에 수십만 위안씩하는 고급 식사, 고량주의 중국 내 소비는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었다. 대표적 사치품 티베탄 마스티프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른 사치품들과는 달리 생명이 있는 티베탄 마스티프는 더욱 혹독한 처지가 되고 만다.
얼마 전까지 수십억 원의 고가에 거래되던 티베탄 마스티프의 가격이 우리 돈 1만원도 되지 않게 폭락하자, 티베탄 마스티프는 더 이상 살아 있는 보물 상자, 황금거위가 아니라 밥만 축내는 밥도둑 신세가 된다. 그결과, 줄줄이 도축장으로 끌려가서 고기로 분해되는 비운을 맞고 있다.
티베탄 마스티프라는 유서 깊은 개는 티벳 불교에서 악귀를 물리치는 사자개의 역할을 맡은 신성한 개였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전통을 가진 개가 거대한 고깃덩어리 신세로 전락한 것은 무분별한 인간의 탐욕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로지 개를 자신의 치부와 과시의 수단으로만 생각한 탐욕에 눈이 먼 인간의 욕심 때문에 티베탄 마스티프라는 사자개는 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