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의 여러 가지 이유들
“선생님 팡이가 응가를 못해요. ㅠㅠ”
2살 된 믹스견 팡이는 이틀 동안 변을 못 보고 식욕도 조금 떨어진 것 같아서 내원했다. 장 안에 변이 얼마나 많은 지 확인하기 위해 엑스레이를 찍어 봤더니 정상변보다 확연히 하얗게 보이는 변이 차 있었다.
혹시 뼈를 먹였는지 물어봤더니 부모님이 족발을 먹이셨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음식물에 의한 변비에 걸린 것으로 보였다.
변비란 배변활동의 횟수가 줄거나 배변을 힘들어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매우 다양한 원인이 있다.
흔한 원인으로는 이물을 먹었을 때다. 뼈나 돌, 또는 머리카락 같은 이물질은 변을 딱딱하게 만들어 배변을 어렵게 한다.
고양이의 경우 그루밍을 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헤어볼로 인해 변비가 오기도 한다.
스트레스도 변비의 원인이 된다.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호텔 이용 등으로 낯선 환경에 노출되거나 한정된 장소에 오랫동안 갇혀 있게 되면 변비가 생길 수 있다.
특히 고양이는 낯선 리터박스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리터박스의 크기, 위치, 모래의 종류 등을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배변활동 중 통증을 느끼게 되면 역시 변비가 생길 수 있다. 항문주위 염증 등에 의한 직접적인 통증 뿐 아니라 엉덩이관절 또는 무릎관절 등에 이상으로 배변 자세를 취할 때 통증을 느끼게 되면 배변을 꺼리게 된다.
변이 배출 되는 통로가 좁아지는 것도 변비의 원인이다. 골반골절의 후유증으로 골반이 좁아지거나 전립선 비대, 직장 내 종양, 항문 주위 탈장 등 주로 직장에서 항문 사이에 문제로 발생하게 된다.
이 외에도 디스크나 척추 손상 등의 신경계 질환,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신부전 같은 질환, 모르핀계통의 진통제 투여 등도 변비의 원인이 된다.
때로는 황당한 이유로 변비가 오는 경우도 있는데 항문주위의 털과 변이 엉겨 붙어 항문을 막음으로써 변을 못 보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변비의 원인이 무척이나 다양하기 때문에 단순히 변비약을 먹이거나 관장을 시켜서 변비를 해소시키는 것은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
물론 가벼운 변비는 식이섬유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등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습관적으로 변비가 나타난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교정해줘야 한다. 잘 먹는 것 만큼이나 잘 싸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진희의 심쿵심쿵'이 우리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칼럼을 진행하는 김진희 수의사는 2007년부터 임상수의사로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어린 반려동물 진료 분야의 베테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