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셀럽에 강아지 셀럽의 거센 도전 시작돼
미국의 유명 매체는 별 상관도 없는 고양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매일 게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편집장 주장은 고양이가 힐링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상에서는 개보다는 고양이가 더 인기를 끌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주인의 뜨거운 사랑 속에 다소 여유를 부리던 개들이 인터넷 상에서 고양이의 아성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지배하던 인터넷 세상에 반려견이 부상하면서, 반려견이 반려묘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지난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심술고양이 ‘그럼피 캣’(Grumpy Cat). 대표적인 인터넷상의 스타 고양이다. 왜소증 탓에 항상 언짢은 표정을 짓게 돼, 인터넷에서 스타가 됐다. 그럼피 캣을 내세운 책, 영화, 아이스커피 브랜드 등이 나오면서, 그럼피 캣의 주인 타바사 분데센은 식당 종업원에서 억만장자로 탈바꿈했다.
작은 상자든 좁은 상자든 상자만 있으면 들어가는 일본 고양이 ‘마루’의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는 1439만건을 기록했다. 피아노 연주를 하는 키보드 캣 동영상도 조회수 4494만건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고양이의 아성에 도전하는 반려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 천연기념물인 ‘시바 이누’종(種) 반려견들의 어리둥절한 표정이 화제가 되면서, 각종 패러디 동영상과 사진이 나왔다.
반려견 사진과 동영상만 올리는 트위터들이 생겨났다. 페이스북에서 ‘도그스포팅’이란 커뮤니티가 생겼고, 테네시 노령견 보호소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올해 초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주력 라디오뉴스 프로그램은 반려견을 위한 코너를 만들었다.
‘멍뭉이’(doggo), ‘털뭉치’(floofs), ‘강쥐’(puppers) 등 반려견을 지칭하는 각종 신조어도 생겨났다. SNS에 우스꽝스러운 반려견 사진을 올리고, “내가 이래”라고 설명을 다는 것도 유행했다. 당신의 고양이보다 쿨하단 표현도 함께 유행했다.
시바견 '카보수' |
전문가들은 어느 편을 들까. 지난해 뉴욕 영화박물관에서 ‘어떻게 고양이가 인터넷을 지배했나’란 전시회를 기획한 큐레이터 제이슨 에핑크는 인터넷상에서 ‘고양이’와 ‘개’ 포스팅은 실제로 비슷했다고 전했다.
그가 살펴본 SNS 5곳 중 4곳에서 개와 고양이 포스팅이 동률을 기록했다. 다만 마이크로블로그업체 ‘텀블러’(Tumblr)에선 고양이 포스팅이 3 대 1 비율로 반려견 포스팅을 압도했다.
그렇다면 애초에 고양이가 인터넷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현실에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개를 키우는 이보다 소수인 탓에 가상 현실인 온라인은 차별 당하던 고양이파가 모여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에핑크 큐레이터는 “서양에서 고양이 키우는 사람을 ‘미친 캣 레이디’라고 부르며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며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에겐 그런 표현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뉴스 엔터테인먼트 사이트 버즈피드에서 동물 섹션을 담당하는 편집이사 잭 셰퍼드는 인터넷을 “가상공간의 고양이 공원”이라고 표현했다.
텀블러의 ‘밈(meme) 사진 사서’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만다 브레넌은 고양이가 사진에 적합한 개성을 지닌 반면에, 반려견은 동영상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왜 인터넷이 고양이를 선택했나”란 책을 쓴 게임·문화 전문 작가 리 알렉산더는 “귀엽고, 재미있고, 반려동물과 연관된 것들은 실제 세상에 속하지만, 현재 인터넷은 실제 세상이 됐다”며 “어디서든 사랑받던 반려견은 이제 온라인상에서도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