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 책을 읽게 해주라'
일본서 아이 대상 낭독 프로그램 시작
[김민정 일본 통신원] 개나 고양이를 앞에 두고 책을 소리내어 읽거나 발표 연습을 할 경우 그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 앞에서 할 경우엔 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긴장되고 자신감마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절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동물 앞에서라면 가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동물보호소 등지에서 어린아이들이 그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도 낭독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도쿄의 미타(三鷹)시립도서관은 최근 일본동물병원협회(JAHA)와 손잡고 어린이 대상 '멍! 독서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활동에 참가하는 개들은 JAHA의 치료견 인증을 받은 건강하고 잘 훈련된 개들. 낭독에 들어가기에 앞서 참여한 아이들은 반드시 개와 만남을 갖고, 처음 만난 개와 어떻게 인사 나누면서 좋은가, 혼자 걷고 있는 개와 마주쳤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등에 대해 배우고 시작했다.
지난달 3일 첫번째 낭독 체험회가 열려 4세에서 12세의 어린이 12명과 개 6마리가 참여했다. 지난달 17일 두번째 행사에서는 어린이 11명, 개 6마리가 참가했다.
낭독은 어린이와 개, 보호자가 바닥에 앉아, 어린이가 개를 향해 약 15분 간 책을 낭독해 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어린이와 개가 1대1이 되어 다른 어린이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진행됐다.
사람들 앞에서 읽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어린이 대부분은 틀렸을 때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당하는 게 걱정 돼 개에게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 충실하게 듣고 있을 개를 향해 낭독해 주는 일이 중요하다.
낭독을 마친 어린이들의 감상은 '즐거웠다!' ' 좀 더 많이 읽어 주고 싶었다' '틀려도 뭐라하지 않아 읽기가 아주 편했다' '개가 얌전하고 착했다' 등등 이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 본 부모들은 '아이 자신이 열심히 그림책을 골랐다' '사람들 앞에 나서면 긴장하는 타입인데 조금 성장한 것 같다 ' '개를 좋아하지만 키울 수 없었는데 좋은 기회였다' 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83년 발표 된 프리드먼과 캣쳐의 발표에 의하면 자신의 개 곁에는 소리를 높여 책을 읽어도 어린이의 혈압이 오르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상대방을 그대로 받아들여 절대 비판하거나 주의주거나 하지않는 개 이기에 어린이들은 안심하고 읽는 일에 집중할 수가 있기 때문.
또 개는 어느새 기분 좋은 듯 눈을 감거나 어린이의 발에 걸쳐 앉거나하는데 어린이들은 개에게 책 읽어주는 일에 기쁨을 느끼는 것 뿐 만 아니라 매우 자랑스러운 듯 자존감을 높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