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영리한 개를 선택하라면 많은 애견 전문가들은 영국의 대표적 목양견 보더 콜리를 택할 것 같다. 보더 콜리의 유일한 경쟁자는 푸들 정도 밖에 없을 것이라고 추정되지만, 푸들의 추격은 보더 콜리가 무난히 따돌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보더 콜리의 영리함은 자신의 원래 주특기인 양을 치는 것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보더 콜리의 양치기는 다른 개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눈으로 최면을 거는 마법을 부리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상대방인 양의 발뒤꿈치를 무는 것이다.
먼저 보더 콜리가 눈으로 마법을 부리는 것에 대해서 살펴 보자. 보더 콜리는 자기가 치는 양들의 눈을 먼저 빤히 쳐다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양떼를 몰고 간다. 수많은 양들은 개의 눈짓 하나로 일사분란하게 군인들처럼 움직이게 된다. 이것이 눈으로 하는 마법이 아니고 무엇일까 싶다.
보더 콜리의 이런 양몰이 습관을 전문용어로 아이(eye)라고 부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더 콜리의 이런 양치기 습관에 대해 아직 보더 콜리에게 늑대의 사냥 습관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캉스독스 보더 콜리는 가장 영리한 개로 평가받는다. 보더 콜리는 눈빛 만으로 수많은 양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간다. |
초식동물들은 늑대와 눈을 마주치게 되면 극심한 공포에 사로 잡혀 늑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오금이 저리는 것이다. 보더 콜리가 눈으로 양떼를 제압하는 것을 보면 선조인 늑대의 능력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
다음은 발뒤꿈치를 무는 습관에 대한 것이다. 보더 콜리는 자기가 모는 소나 양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가차 없이 달려가서 발뒤꿈치를 물어 버린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가축들은 보더 콜리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보더 콜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보더 콜리처럼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목양견들도 있는데, 오스트레일리안 캐틀 도그, 웰시 코기 등이 있다. 이렇게 자신의 의사를 상대 가축의 발을 물어 전달하는 목양견들을 전문용어로 힐러(heeler)라고 부른다.
보더 콜리는 주인에게는 철저히 복종적인 성격이지만 간혹 체구가 작은 아이들을 보면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의 발목을 물어 주인에게 혼이 나기도 한다. 보더 콜리를 어린 아이들과 단 둘이 있게 해서는 안 된다.
참고로 필자의 지인 중에는 보더 콜리가 주인의 손자 발뒤꿈치를 물었다는 이유로 몇 년 적 보신탕집에 보낸 이웃을 둔 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