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고개를 들어 본 달에서 붉은 빛이 돌았다. 빛을 뿌리며 옅어져야 할 테두리도 둥근 모양이 흩어지지 않고 또렷했다.
그날 홍대 동교동 골목길은 북적이긴 해도 그리 소란스럽지 않았다.
카페 내부보다 테라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더 많고, 술집은 문을 활짝 열어 거리와의 경계가 막연했다.
누군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를 밤공기가 부드럽게 머금었고, 누군가는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 시간이 사람만의 것은 아니다.
우리의 시선보다 조금 더 낮은 곳에서 그들의 시간은 그들의 속도와 방식대로 흐른다.
그리고 가끔 시선을 돌리다 보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걷고 있던 고양이의 꼬리를 발견할 때가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도 유독 홍대에는 고양이 밥그릇을 두고 있는 가게가 많은 편이고, 직접 찍은 고양이 사진을 빼곡하게 걸어놓은 카페들도 흔하다.
지인의 고양이, 오가며 마주친 고양이, 밥 먹으러 오는 길고양이, 그러다가 묘연이 닿아 키우게 된 고양이들.
내 자리 네 자리를 다투지 않고 공존하는 장소에서 계절은 머뭇대지 않고 흐른다.
그날 골목의 카페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마치 처음부터 자기 자리라는 듯 태연하게 문 앞에 배를 깔고 있었다.
보아하니 평소에도 밥 먹으러 오는 카페인 모양이었다.
밥 먹기 전인지 후인지 모르겠지만, 빈 밥그릇을 옆에 두고 익숙하게 자리를 잡은 삼색 고양이는 종종 고개를 돌려 카페 안을 들여다보았다.
박은지 <흔들리지 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