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지 객원기자] 지방으로 여행을 갔다가 일부러 충주에 있는 물레방아 휴게소에 들렀다.
길고양이가 많아 동물농장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는 곳으로, 바로 옆에 충주호가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많이들 찾는 듯했다.
휴게소 자체는 작고 오래된 느낌이었지만 호수가 크고 경관이 예뻐 차를 세워두고 주전부리를 먹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충주 물레방아휴게소의 고양이들 |
고양이가 많다더니 실제로 주차장에 도착해 몇 걸음 걷자마자 길고양이 여러 마리가 보였다.
편의점 테이블 아래에도 누워 있고, 휴게소 뒤편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고양이도 있고, 몇몇은 수풀 속에서 뒹굴기도 했다.
그런데 고양이들이 대체로 건강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다친 상처는 자기들끼리 싸우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 치더라도, 누군가 일부러 수염을 태운 듯 보이는 녀석도 있었다.
충주 물레방아휴게소의 고양이. 고랑에서 경계자세를 취하고 있다. |
고양이 간식을 들고 있으니 여러 마리가 가까이 다가왔지만 다들 두어 걸음씩은 경계심을 두고 있었다.
휴게소에서 길고양이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준 덕에 고양이들이 늘어났던 것은 사실이지만,
방송이 나가고 고양이가 많은 곳으로 알려진 이후 누군가 이곳에 일부러 독극물을 풀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주택가와 완전히 동떨어진 곳이라 주변에 피해를 입힐 일도 없는데, 단순히 고양이가 싫다는 이유로 고양이들을 괴롭히거나 살해한 일들이 있었던 것이다.
평화롭던 휴게소 고양이들은 그 이후 사람을 슬슬 경계하며 긴장감이 얹어졌다.
물레방아 휴게소의 고양이들의 평범한 일상은 그렇게 조금 달라졌다고 했다.
마치 전성기가 지나간 낡은 도시처럼, 휴게소의 뒷면이 다소 쓸쓸했다.
한 번은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우연히 서서울 톨게이트를 지나 목감휴게소에 들렀다.
목감휴게소의 고양이 |
보통의 평범한 고속도로 휴게소였는데, 화장실 옆에 있는 작은 잔디밭에 고양이 한 마리가 하늘하늘 쉬고 있었다.
마침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무렵이라 한껏 볕을 누리는 모습이었다.
뒤쪽에 밥그릇, 물그릇이 놓여 있는 걸 보니 휴게소에서 일하시는 분들 중 맘 좋으신 분이 돌봐주는 듯했다.
나른하게 기지개를 펴고 조각 그늘에 몸을 부비는 걸 보니 고양이에게도 이곳이 휴게소, 휴식터인 모양이었다.
휴게소가 고양이가 살기에 어떤 환경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사람들이 최소한 무관심하게만 대해주어도 그곳의 작은 생명들은 잘 지낼 수 있다.
목감휴게소의 고양이 |
내가 싫어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일부러 찾아가서 해코지를 할 필요가 굳이 있을까.
우린 평범하게 휴게소를 거쳐 가는 여행객, 그곳을 삶의 터로 잡은 이들에게는 그저 행인이자 방관자이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