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를 바 없던 어느 날이었다. 잠시 외출할 일이 있어 고양이 밥그릇에 사료와 물을 채워주고, 가방을 챙겨 현관문을 닫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그날따라 자꾸 뭔가 빼먹은 게 있는 것 같다 싶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얼마 되지 않아 중요한 걸 놓고 온 게 생각나 10여 분 만에 다시 집으로 되돌아갔다.
원래 현관문이 열리면 고양이가 문 앞까지 마중을 나오고, 그렇지 않더라도 침대 위에 앉아 ‘왜 벌써 왔냥’ 하고 멀뚱멀뚱 쳐다보곤 하는데,
이 날은 너무 금방 돌아와서 그런지 마중도 나오지 않고 아무 기척이 없었다.
놓고 간 물건만 챙겨 나가려다가 하도 집이 조용해서 ‘제이야’ 불러봤다. 고요한 집에 내 목소리만 울리고 여전히 제이는 보이지 않았다.
왠지 가슴이 덜컥 불안해서 가방을 내려놓고 제이를 찾기 시작했다.
10여 평의 작은 집에서 없어져봐야 마땅히 숨을 데가 없었다.
화장실 문을 열어보고, 혹시 옷장에 들어간 걸 모르고 문을 닫았나 해서 옷장 문도 전부 열어보고, 침대 밑을 들여다보고, 베란다를 나가보고, 소파 밑을 살펴보고 여기저기를 샅샅이 뒤지는데도 제이가 보이질 않았다.
심지어 제이는 언제 어디에 있다가도 간식 선반을 달칵 여는 소리가 나면 거의 100프로 후다닥 뛰어나오는 녀석이라,
약 먹기 싫어 숨어 있다가도 간식 소리가 나면 일단 선반으로 뛰어오는데 이 날은 간식 소리에도 잠잠했다. 장난감을 흔들어 봐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냉장고까지 열어본 나는 설마 내가 아까 현관문을 열고 나갈 때 같이 나온 걸 못 봤나 싶어 등골이 서늘해졌다.
창문도 모두 닫혀 있는데, 그게 아니면 없어질 수가 없었다. 집을 발칵 뒤집어 살펴보고도 제이를 찾지 못한 나는 밖으로 나와 아파트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만약 집을 나왔다면 멀리 갔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제이를 잃어버렸을 가능성 때문에 너무 당혹스러워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아직은 내가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눈을 똑바로 뜨고 복도식 아파트를 한 층씩 살피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아파트 외벽 페인트를 칠하는 날이라 옥상에 사람들이 많았다. 혹시 고양이 못 보셨어요? 물어보니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제이가 어디로 가버린 걸까? 믿을 수가 없어 다시 집으로 들어가 온갖 문을 다 열고 구석구석 살폈지만, 역시 없었다.
잃어버린 고양이는 아직 가까운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멀리 벗어나지 않고, 또 막상 집에서 나왔지만 자기도 놀라서 어디 조용한 곳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좋아하는 간식이나 장난감으로 유도해보면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지만 주변이 시끄럽고 사람이 많으면,
집사가 부르며 찾는 걸 보고 있어도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밤이나 새벽 시간에도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당일에 찾지 못했다면 가까운 곳부터 전단지를 붙이고, 근처 동물병원이나 유기동물 보호소에 새로 들어온 아이가 없는지 체크해보아야 한다.
나도 혹시나 해서 집 바로 앞에 있는 동물병원에도 사진을 보여주며 연락처를 남겼고, 다시 한 번 집 주변을 꼼꼼히 살피며 찾아다녔다.
그러고 있자니 이제는 조금씩 실감이 나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내 작은 고양이가 어디에서 헤매고 있을지 겁이 나고 막막했다.
밥이나 구할 줄 알까, 다른 길고양이에게 텃새 당해 겁에 질려 있는 건 아닐까, 혹시 지나가던 다른 사람에게 애교 부리다 냥줍 당한 건 아닐까….
최악의 가정이 필름처럼 지나가며 시간이 영원처럼 흘렀고, 내 혼이 쏙 빠져나가고 말았지만 제이는 결국 나타났다.
어디에서 찾았느냐면, 바로 우리 집 안방에서.
내가 동네를 다 돌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집에 세 번째로 돌아왔을 때 제이는 태연하게 방에서 총총 걸어 나왔다.
그렇게 집안을 구석구석 뒤지고 찾아보는 동안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건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나는 허탈하고 감사한 마음에 바둥거리는 제이를 놓아주지 않고 품에 꼭 끌어안았다.
제이를 잃어버리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지만 아직도 그날의 제이가 왜 꽁꽁 숨어 있었는지는 도대체가 미스터리다.
내 사랑을 테스트라도 한 거니?
고양이를 잃어버렸을 때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잃어버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물론 고양이가 집사를 놀리려고 작정하고 숨으면 예방도 별 소용없는 날도 있지만 말이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