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지 객원기자] 고양이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미신 때문인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참 오해가 많은 편이다.
고양이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독립적인 동물이라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는 것인 듯하다.
그래서 집을 오래 비워야 하는 사람들이 ‘강아지는 외로워할 것 같아 불쌍하니까’ 고양이를 입양하기도 한다.
정말 고양이는 온종일 집안에 오도카니 홀로 있어도 외로움을 타지 않는 걸까? 독립적인 성향이라 혼자 있는 시간을 오히려 즐기는 걸까?
이미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집사들은 답을 알고 있다. 고양이도 외로움을 타고, 외출했던 집사가 돌아오는 시간을 기다리며 반긴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 대부분을 고양이는 잠을 자거나, 창밖을 구경하거나 혹은 그루밍을 하면서 보낸다.
야생에서의 고양이는 짧은 순간에 에너지를 집중시켜 사냥을 하고 남은 시간은 잠을 자며 에너지를 보존했지만, 집에서는 사냥처럼 에너지를 분출시킬 만한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고양이는 사실 하루가 지루하다.
실제로 그 탓에 식욕이 떨어지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등 일종의 우울 증세를 보이는 고양이들도 있다. 원래 잠을 많이 자는 동물이지만 우울증을 느끼는 고양이는 평소보다도 훨씬 더 많이 잠을 자기도 한다.
또 한 가지, 그루밍이 줄어드는 것도 고양이가 보내는 이상 신호 중 하나다. 동물병원보다 어떨 땐 가장 가까이서 관찰하는 집사가 고양이의 심리 상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반응할 수 있다.
강아지라면 매일 산책을 하고 노즈워크로 후각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처럼, 고양이에게도 지루한 일상에 자극을 줄 수 있는 환경 풍부화가 필요하다.
창밖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고양이를 위해 창가에 윈도우해먹을 달아주거나,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는 캣타워를 마련해주는 것들 말이다.
발톱을 긁어 다듬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가구가 망가지는 것이 싫다면 스크래처가 꼭 필요하며, 화장실이 깨끗하게 관리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하루에 15분에서 30분 정도는 매일 집사가 직접 놀아주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고양이들을 위해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강렬하게 놀아주는 것은 고양이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집사의 역할 중 하나다.
집을 오래 비워야 할 수밖에 없다면 집에서 고양이가 혼자 호기심을 가질 만한 것을 놓아주는 것도 좋다. 실제로 잡을 수 없게끔 장치한 어항 같은 것도 고양이가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다.
오랫동안 고양이를 방치하면 고양이는 더 이상 집사와 교감을 나누려 하지 않고 점점 더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사람들도 자기만의 동굴로 파고 들 때면 인간관계를 지속하기 어렵고 점점 더 고독해지기만 하는 것처럼. 사람의 외로움을 줄이기 위해 고양이의 외로움을 만드는 셈이다.
그래서 고양이를 입양할 때는 강아지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매일매일 어느 정도는 고양이를 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 밥과 화장실만 있으면 식물처럼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에.
귀찮게 따라다니며 놀아달라고 신호를 보낼 때, 오늘 할 일을 내일로 자꾸 미루지 말고 짧게라도 놀아주도록 하자. 고양이는 엄연히 감정을 느끼는 존재이며, 그 때문에 때로는 고양이도 외롭다. 고양이도 사실은 집사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