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분야도 성장세를 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각종 펫 박람회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반려동물 축제 현장은 관람객들로 북적인다. 행사 관계자들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를 넘어선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해가 갈수록 방문객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아웃도어 시장의 바통을 펫 시장이 넘겨받을 것이란 얘기마저 나온다. 분명 시장의 활성화는 모든 관계자에게는 희망적이다.
다만 모든 분야는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다. 펫 시장의 출발점은 분양시장이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모든 분야가 균형 있는 발전과 성장을 하기 위해선 출발점인 분양시장이 올곧게 바로서야만 한다고 본다.
매해 분양시장에서 거래되는 동물의 수는 강아지만하더라도 수십만 마리로 추정될 뿐 그 누구도 정확한 통계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비대해지고 있는데 문제는 한 둘이 아니다.
강아지 분양은 생명을 사고판다는 점에서 마음이 거북스럽고 편치도 않지만, 그럼에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
분양시장의 문제는 살아있는 생명을 돈을 주고 사고파는 행위에 있기 보다는, 분양받고 싶어 하는 강아지에 대한 건강정보나, 출생 이력 등을 정확하게 제공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또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는 비합리적인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다는데 있다. 그러다보니 낭패를 겪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한마디로 분양시장은 레몬마켓(lemon market)이다. 레몬마켓은 1970년대 미국의 이론 경제학자였던 조지 애컬로프가 만들어 낸 말이다. 레몬은 향도 좋고, 빛깔도 좋다. 그러나 그대로 먹기에는 너무 시어서 겉과 속이 다른 열매의 대명사로 불린다. 이를 빗대어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서로 갖고 있는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못하는 시장을 경제학 용어로 레몬마켓이라 부른다.
애컬로프는 차를 구입해 보지 않으면 그 차량의 품질을 알 수 없는 중고차 매매시장을 레몬마켓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현재 국내 강아지의 분양시장도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레몬마켓의 반대 개념으론 피치마켓(Peach market)이 있다. 피치마켓은 보기에 맛있어 보이는 복숭아가 실제로도 맛있다는 의미로, 정보의 불균형이 사라진 시장을 말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서비스와 품질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선호되는 시장이다.
분양시장의 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유기동물의 입양문화를 고취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분명 한계는 있다. 현실을 인정하려면 외형에 걸맞는 정보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세상에 완전한 시장은 없다지만, 사고 파는 각 주체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틀은 있어야 할 것이다. 분양시장, 이제는 레몬마켓에서 피치마켓으로 전환을 위해 펫 관련 종사자들이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최선보다는 차선이겠지만 반려동물의 분양시장은 피치마켓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모두에게 미래가 있다. 그 것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1천만 시대를 살아가는 자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