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서현숙씨, 양산서 120여마리 유기동물 돌봐
남동생 강아지 돌보다 교감 느껴 18년째 쉼터 운영
"경제적 어려움 불구 차마 손 놓을수 없어"
경상남도 양산 서현숙씨의 유기동물 쉼터. |
[박은지 객원기자] 얼마 전, 양산에서 보호소도 아닌 개인이 후원도, 봉사자도 없이 100마리 넘는 유기동물을 돌보고 있다고 하여 사연을 들어보게 되었다.
이분은 올해 만 60세가 되었는데, 집에도 거의 가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내내 견사에서 유기동물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자기 생활도 내팽개치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봤다.
유기동물을 사적 이익을 취하는데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최근 다른 보호단체에 의해 해체팀까지 꾸려진 모 보호소 논란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유기동물 보호의 시작은 개인이었으며 지금도 개인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보호소 혹은 쉼터가 일부 초심을 잃은 보호소로 인해 누명을 쓰는 것을 경계한다.
경상남도 양산 서현숙씨의 유기동물 쉼터. |
Q. 현재 후원이나 봉사자도 없이 많은 동물을 개인이 보호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몇 마리 정도를 돌보고 계신가요?
A. 강아지가 100여 마리, 고양이가 20여 마리에요.
Q. 한 달에 비용이 어느 정도 드나요?
A. 사료 값만 한 달에 150만 원 넘게 들지요. 제가 식당에서 11년간 일하면서 임금 받은 걸 전부 썼고, 원래 있던 재산도 거의 다 들어갔어요.
Q. 어쩌다 이렇게 많은 동물을 보호하게 되셨어요?
A. 이렇게 한 지는 18년 정도 됐어요. 처음에는 남동생이 이민가면서 맡긴 강아지로 시작했는데, 그 아이를 키우면서 동물과의 교감을 처음 느끼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길에 다니는 고양이도 보이기 시작하고, 한두 마리씩 버려진 동물들을 거두게 됐지요.
경상남도 양산 서현숙씨의 유기동물 쉼터. |
Q. 각기 어떻게 구조하게 된 아이들인가요?
A. 누가 키우다 잡아먹으려고 보신탕집에 파는 애들도 불쌍하니까 돈 주고 데려오고, 주인이 빚 져서 야반도주하며 버린 애들, 키우던 분이 병에 걸려 어쩔 수 없이 데려온 애들, 보호소에서 안락사당하게 된 애들도 있었고요.
최근엔 업자들이 번식견으로 키우다가 나이 먹고 쓸모 없어져서 버린 개 14마리를 데려와 치료 중이에요. 치료비도 만만치 않죠. 사실 먹이는 것보다 더 많이 들어요.
Q. 입양도 좀 되나요?
A. 입양 간 아이들도 있어요. 하지만 소형견들은 그나마 입양을 잘 가는데, 진돗개나 믹스견들은 입양 보내기 너무 힘들어요.
이런 애들은 그냥 죽을 때까지 제가 안을 수밖에 없어요. 아파트에서 키울 수도 없고, 주택들도 소음 문제 등으로 분란이 생기고 하다 보니 갈 데가 없거든요.
누가 구조만 하고 손 놓고 있는 개들도 제가 안아서 키우기도 하고요. 제 손을 떠나면 또 식용이 될 확률이 높아서….
Q. 가장 힘드신 점은 뭐예요?
A. 역시 경제적인 면인데요. 가지고 있는 걸 거의 다 썼어요. 견사 짓느라 쓰고, 견사 짓느라 경제 활동을 못해서 더 힘들어지고….
11년 동안 쭉 한 식당에서 일하면서 번 5000만 원 정도를 애들한테 다 썼어요.
애들한테 목돈이 들어가니 그만두지도 못하고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일했거든요. 제가 좋아서 키우는 건데 사람들한테 도움을 요청하면 괜한 오해를 받을까봐 제 손으로 벌어 먹이려고 했어요.
Q. 정말 힘드셨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계속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경상남도 양산 서현숙씨의 유기동물 쉼터. |
A. 견사에서 먹고 자고 하는데, 온몸이 개털 투성이에 춥고 사람이 아닌 수준이에요. 하지만 생명에 대한 걸 동물을 접하면서 눈을 뜨게 됐거든요.
애들은 주어지는 여건에 따라 좋은 환경에서 살 수도 있고, 학대받거나 죽을 수도 있고, 보호 장치가 따로 없어요. 하지만 말만 못할 뿐 느끼고 표현하는 건 다 할 줄 알거든요.
이 생명들을 함부로 하고 버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애들은 자기 주인 밖에 모르는데, 차에 태워서 아무 데나 내려놓고 가버려요.
그러면 그 자리에 몇 달씩 있는 애들도 있고, 그 주변을 맴돌다가 신고당해 잡혀가는 애들도 있죠.
저도 도 닦은 사람도 아니에요.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도 이런 일을 하려고 하지 않고, 이런 일 하는 사람을 정신 이상자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저한테 미친 사람이라고 하고, 개 키워서 돈벌이 되냐고 하는 사람도 많아요. 오히려 자비로 애들 먹이고 살리는 건데요. 하지만 아무리 말해도 교감을 못 느껴본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해요.
그래도 저는 후회 안 해요. 저 같은 사람 때문에 한 마리라도 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니까요.
Q. 결국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해오신 거군요.
A. 우리나라 동물법이 너무 약해요. 여러 가지 동물학대 사건들이 꾸준히 일어나는 걸 보면 생명을 경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자기한테 아무 해가 없어도 괴롭히고 죽이는 사람이 많아요. 저는 동물을 보살필 줄 아는 사람이 사람도 보살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피곤한 길을 가면서도 오히려 애들을 돌보면서 얻는 행복도 커요. 생명이란 살아있을 때 가장 아름답잖아요.
누군가는 버려진 동물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이토록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먹을 쌀은 없어도 아이들 사료는 떨어지지 않게 구비하고 있지만 사료 외에도 배변패드, 모래, 휴지까지 자잘한 생필품도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데 함부로 입양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일일테다. 그렇지만 이미 버려진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양산의 서현숙 님에게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들은 아래 계좌로 후원할 수 있다. (후원 계좌 : 농협(서현숙) 177386-56-104490)
박은지 객원기자(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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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숙 님의 사연이 소개된 후 많은 분들이 유기견, 유기묘를 위한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사료나 담요 등을 보내주고 싶다는 분들도 계셨는데, 아시다시피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곳은 주소가 공개되면 일부러 반려동물을 데려와 버리는 경우가 많아 공개가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 메일로 개인적으로 문의 주신 분들에게는 알려드렸습니다. ^^
인터넷이 능숙하지 않은 서현숙 님이 저에게 꼭 도움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요청하셨어요.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사용처를 알려드리는 것이 도리라며 통장 사진과 아이들 사진 등을 보내주셨고, 돈이 부족해 아직 치료하지 못했던 유선종양 아이들, 번식장에서 얼마 전 구조한 아이들에 대한 치료를 진행하고 생필품 마련 등 유용하게 사용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얼마 전 번식장에서 구조된 아이들 모습입니다.
미용하니 이렇게 변했습니다. 유기견들도 미용하고 사랑받으면 다 똑같이 예쁜 반려견이에요.
아이들 위해 힘든 일을 오랫동안 해주신 서현숙 님에게도, 순수한 선의로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한 마리라도 더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애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