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강아지들의 악순환
보호소에 들어온 동물들은 제각기 사연도 다양하다. 말할 수 없어 구구절절 가슴에 담은 아픔을 다 들려주지 못할 정도다.
개중에는 실수로 가족을 놓쳐 어쩌다 보호소에 오게 된 억울한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사람의 손으로 전해져 행적이 또렷해 더욱 안타까운 아이들도 있다.
주인이 애견미용을 맡긴 뒤 찾으러 오지 않은 구름이의 달라진 모습. 가정에서 보호를 받으며 예전의 모습을 찾고 새주인까지 찾았다. 하지만 구름이는 행운이 매우 좋은 편에 속한다. |
지난해 1월 울산에서 말티즈 남아, 여아 두 마리를 데려와 미용해 달라고 맡긴 견주는 그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 중성화가 되지 않은 아이들이었고, 어미와 자식인지 아니면 남매 관계인지도 알 수 없었다.
원래는 집도, 가족도, 이름도 있었을 이 아이들은 펫숍에 맡겨진 채 9개월을 머물다가 펫숍 주인이 바뀌며 결국 보호소에 들어오게 되었다.
강아지를 분양하는 펫숍에서 9개월 동안이나 어떻게 지냈는지는 모르지만, 교배하여 번식견으로 있었을 가능성도 짐작되었다.
미용이나 호텔을 맡겨놓고 그대로 견주가 잠적해버리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숍에 맡기면 뭔가 상황이 좀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가족을 떠나 버려지면 어차피 길이든 보호소든 떠돌게 된다. ‘버려졌다’는 정황만이 분명할 뿐이다.
보호소의 작은 케이지 안에서 먼지와 오물을 견디며 지내다 보면 처음에는 밝았던 아이들도 차츰 우울해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니 봉사자들 마음은 더 안타깝고 조급하다. 두 마리 중 남아인 ‘구름이’는 봉사자 안혜진 씨가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와 임시보호(이하 임보)를 맡았다.
임보 집에서 목욕하고 미용도 하고 사랑받으며 지내던 구름이는 몰라보게 예뻐져 마침내 입양까지 가며 꽃길에 올랐다.
하지만 같이 들어온 여아는 입양공고는커녕 아직 이름조차 지어지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호소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여러 차례 보호소에서 강아지를 임보하여 입양 보내는 봉사를 했던 혜진 씨는, 두 마리 중 구름이를 입양 보내고도 남아 있는 다른 한 마리가 유독 마음에 걸린다.
“무엇보다도 분명하게 ‘버려진’ 아이라 더 마음이 쓰이는 것 같아요. 버렸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예쁜 아이들이라서요. 그런데 이 두 아이는 주인이 일부러 버리고 갔으니….”
더 안타까운 건 원래부터 예민한 성격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사람을 좋아하고 꼬리치며 밥도 잘 먹던 아이였는데, 케이지 안에만 갇혀 보호소 생활을 하다 보니 그 괴로움에 점점 예민해져갔다.
그리고 그 탓에 입양을 가는 길은 더 요원해진다. 따뜻한 가정에서 내쳐진 아이들의 악순환이다.
“사실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은 케이지 안에서와 케이지 밖에서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요. 케이지 밖에서는 저렇게 짖고 예민하게 굴지 않을 수도 있는데, 아직은 방법이 없어 보고만 있는 상황인 거예요.
케이지 생활이 괴로워서 예민해진 거라 훈련만 받으면 입양 가서 분명 잘 살 수 있는 아이인데… 이대로 두면 냄새나고 더러운 철장 안에서 서서히 병들고 죽어갈 거라 생각해 너무 속상해요.”
케이지를 벗어나 다시 사람과의 생활에 적응할 기회만 있다면, 그 소중한 기회만 온다면 틀림없이 예전처럼 평범한 반려견이 될 수 있을 텐데 그 기회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
사람의 손에 버려지고 괴로워졌으니 사람의 손으로 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구름이가 입양가고 혼자 보호소에 남은 이 아이에게, 혜진 씨는 실낱같은 희망과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구호단체에서는 당장 치료를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아이들을 감당하기에도 버거워요. 이 아이는 훈련소의 도움과, 훈련 이후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줄 가정이 필요해요.
부디 이 아이가 철장을 벗어나 살아갈 수 있도록 경험 있는 훈련사분들, 따뜻한 가족이 되어줄 수 있는 분들이 손길을 내밀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박은지 객원기자(sogon_about@naver.com)